"학교서 라이브 하자"…17살 엄마는 왜 성인방송에 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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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28 08:05 수정2025.06.28 08:05

사진은 기시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시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인방송 스트리밍 시장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미성년자인 10대 소녀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BC는 25일(현지시간) 남미 콜롬비아에서 온라인 성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전했다. BBC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글로벌 성인용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에 가장 활발히 콘텐츠를 공급하는 국가로 꼽힌다. 개인이 직접 하는 성인 방송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소규모 기업형 성인 방송도 성행하고 있다.

이사벨라는 17세의 나이에 처음 성인 방송을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 그에겐 2세 아들이 있었고, 그를 부양하기 위해 돈이 절실했다는 것. 이사벨라는 "학교에 나가려는데 누군가 손에 전단을 쥐여 주었다"며 "'네 미모로 돈을 벌고 싶니?'라고 전단에는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전단을 보고 이사벨라가 찾아간 곳은 허름한 동네의 집에서 한 커플이 운영하는 성인방송 스튜디오였다. 침실처럼 꾸며진 8개 방에서 모델들이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전 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봤다. 시청자들은 모델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모니터'라고 불리는 중개인을 통해 요청 상황을 전달했다.

18세 미만 웹캠 모델을 고용하는 건 콜롬비아에서 불법이지만, 이사벨라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스트리밍만 하게 했다"며 "'카메라가 여기 있으니 시작하자'고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심지어 스튜디오에서는 "학교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자"고 제안했고, 이사벨라는 휴대전화를 떠내 책상에 앉아 있는 자신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특정 성적 행위를 요구하자, 이사벨라는 화장실에 가서 이를 수행했다. 이사벨라는 "내 아이를 위해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했다"며 "그게 저에게 힘이 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에스이엠러쉬(SEMrush)에 따르면 전 세계 웹캠 플랫폼의 월간 조회수는 2017년 이후 3배 이상 증가하여 2025년 4월에는 13억에 가까워졌다. 콜롬비아는 현재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40만명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며, 1만2000개의 섹스캠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당 국가의 성인 웹캠 산업을 대표하는 조직인 페날웹(Fenalweb)이 밝혔다.

모델 중 다수는 빈곤 국가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에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콜롬비아뿐 아니라 4대 성인방송 스트리밍 플랫폼이 있는 EU, 미국에서도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성적으로 노골적인 영상에 출연, 배포하는 걸 금지하고 있지만 신분증 위조, 오래된 계정 '재활용' 등을 통해 손쉽게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사벨라는 "스튜디오 대표는 제가 미성년자라는 건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면서 타인의 계정을 사용했다고 했다. 케이니 역시 BBC와 인터뷰에서 "스튜디오에서 가짜 신분증을 받아 17세 때부터 성인방송에 출연했다"고 했다.

다만 플랫폼 측은 미성년자 모델에 대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며 "재활용 계정도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방송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도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모델과 스튜디오들은 BBC에 스트리밍 플랫폼이 일반적으로 시청자들이 지불하는 수수료의 50%를 가져가고, 스튜디오는 20~30%를 가져가며, 나머지는 모델들이 가져간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100달러(한화 약 13만6000원)를 벌면 모델은 보통 20달러(한화 약 2만7000원)에서 30달러(한화 약 4만원)를 받는다는 뜻이다. 스트리밍 방송 참여자가 적으면 8시간 동안 접속해도 5달러(한화 약 7000원) 정도의 수입만 올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몇몇은 최대 1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스트리밍하도록 압력을 받았고, 식사나 화장실에 가기 위해 멈췄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 발간된 인권보호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에서 저자 에린 킬브라이드는 일부 사람들이 바퀴벌레와 빈대가 들끓는 좁고 더러운 칸막이 안에서 촬영되고 있으며, 고통스럽고 굴욕스러운 성적 행위를 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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