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인정 못 받는 불법 교육기관", 정부 '미인가 국제학교'에 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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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에서 6세 자녀를 키우는 부모 A씨는 내년에 자녀를 인근 국제학교에 입학시키기로 했다. 영어유치원에서 3년간 배운 영어를 계속 활용하는 환경에 노출시키고 싶어서다. A씨는 “국제학교에 가서 영어 실력을 유지한 뒤 초교 4학년 때 ‘공립턴’(공립학교로 전학)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국제학교에 칼을 빼들었다. 이들 학교는 배우 한가인 이민정 등이 자녀를 보내 ‘입소문’이 난 데다, 1년에 3000만원이 넘는 학비에도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부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불법 교육시설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력 인정 못 받는 불법 교육기관", 정부 '미인가 국제학교'에 칼 뺐다

교육부는 29일 미인가 국제학교를 본래 목적에 맞게 학원 형태로 운영 방식을 바꾸기 위한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해당 시설에 운영 방식 전환을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으면 고발 및 수사의뢰하거나 폐쇄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초중등교육법에서는 학교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생을 모집해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인가 국제학교는 제주, 대구, 인천 송도 등에 있는 일곱 곳에 불과하다. 자녀가 영국·미국식 커리큘럼에 따라 영어로 수업 듣기를 원하지만 통학 거리 등 현실적인 이유로 인가 국제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 사이에서 접근성을 무기로 한 강남, 용인 등지의 미인가 국제학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중학생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는 직장인 B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학업에 매진하는 교육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며 “연 3000만원의 교육비가 들지만, 첫째 아이가 국제학교를 통해 미국 약대에 진학한 경험이 있는 만큼 투자비가 아깝지 않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은 200여 개로 추산된다. 교육계는 이 중 120개 정도를 미인가 국제학교로 추정한다. 문제는 이들 시설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대안학교’ ‘국제학교’라는 명칭만 쓸 뿐 실제로는 학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액 교육비를 징수하면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교사를 채용하고 부실 교육, 갑작스러운 폐업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한 배경이다. 2024년에는 학비만 받은 뒤 학교가 문을 닫은 ‘먹튀 사건’도 발생했다.

학원을 학교처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초중등교육법에서는 이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벌금을 내고 그대로 운영해 다시 고발당한 사례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교육당국이 시설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를 거부했을 때 강제 집행이 어렵다는 것도 한계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폐쇄명령 위반 시 이행강제금 도입, 법 위반사항 공표제도 등을 담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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