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동과 청소년의 기초학력은 세계에서 압도적인 1등이지만 신체 건강은 하위권, 정신건강은 최하위권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돼 씁쓸함을 자아낸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CEF)의 아동연구조사기관인 이노첸티연구소는 13일(현지시간) 선진국 아동·청소년의 복지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 '예측 불가능한 세계, 아동의 건강'을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한국 아동의 종합적인 복지 실태는 36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특히 정신 건강은 36개국 가운데 34위로 최하위권이었고, 신체 건강도 40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기초 학력 분야에서 한국의 아동은 다른 선진국 아동을 압도했다. 기초학력 성취도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읽기·수학 능력을 가진 15세 학생의 비율'로 측정했는데, 한국은 79%를 기록하며 비교 대상인 40개국 가운데 1위였다. 이어 아일랜드(78%), 일본(76%), 에스토니아(75%) 순으로 조사되며 1위와 격차를 벌렸다.
이와 극단적 대비를 이루는 한국의 지표는 자살률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3년(2020∼2022)간 15∼19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평균은 10.3명에 달해 비교 대상 42개국 중 5위였다. 이는 직전 조사보다 크게 오른 수치라는 점도 보고서는 분석했다.
자살률과 함께 '정신 건강' 분야를 구성하는 '생활 만족도' 조사 결과도 한국은 36개국 중 30위에 머물렀다. 전체적인 생활 만족도를 0∼10점 척도로 묻는 설문에서 5점 이상으로 답한 15세 학생이 한국은 65%밖에 되지 않았다.
아울러 '신체 건강' 분야에서도 한국은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해당 지표는 아동(5∼14세) 천 명당 사망률과 과체중 비율 등을 토대로 측정됐는데, 한국의 아동 사망률은 천 명당 0.7명으로 비교적 낮았지만, 비만율은 33.9%로 43개국 중 7위로 높았다.
이노첸티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대부분 국가에서 삶의 만족도가 저하되고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경고 신호가 나타났다. 과체중 비율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추세는 OECD·EU 국가들이 아동에게 좋은 유년기나 긍정적인 미래를 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
한편 이번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등의 2018∼2022년 아동 관련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아동의 삶의 질을 분석하기 위해 △정신 건강 △신체 건강 △삶의 질 3개 분야를 총 6개 지표(생활 만족도, 청소년 자살률, 아동 사망률, 과체중 비율, 학업 성취도, 사회 교류)에 따라 분석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