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이 지난 5일 밀라노에서 열린 회의에서 환율 정책을 논의했다는 보도로 14일 미국 달러는 하락세를 확대하고 한국 원화는 강세를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5일 밀라노에서 열린 회의에서 환율 정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대가로 무역 상대국의 통화 가치를 올리도록 부추길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국 통화 바스켓에 대한 가치 변동으로 산출되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이 날 미국 시장에서 0.3% 하락에 그쳤으나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는 크게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오른 1420.2원에 마감했으나 한 미 환율 협의 소식이 전해진 후 한 때 1,395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원화 가치 상승과 달러 가치 하락을 뜻한다.
일본 엔화도 달러화에 대해 1.1% 오른 달러당 146.00엔을 기록했다.
달러는 금주 초반에 미중 관세 휴전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상승세를 멈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경쟁력을 위해 약한 달러를 선호하는 한편,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절상을 유도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리들은 달러화에 대한 아시아 통화의 약세가 미국 경쟁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외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시작될 때 성공을 거두려면 환율 강세를 허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스케은행의 분석가인 모하마드 알사라프는 "미국-한국의 회담 소식은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최지영 재정경제부 차관보와 로버트 캐프로스 미국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 간의 회동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나,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올해 달러화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 5% 상승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해 11월에 중국, 일본, 대만과 함께 한국을 외환 관행에 대한 ‘감시대상 목록’에 올렸다. 작년 말 원화는 달러화에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까지 겹쳐 원화 매도가 촉발됐다.
분석가와 트레이더들은 달러 약세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옵션 시장에서는 내년 달러화 선물에 대한 심리가 2020년초이후 가장 약세로 돌아섰다.
BBH의 외환 전략가인 윈 틴과 엘리아스 하다드는 보고서에서 "무역 긴장 완화로 단기적으로 달러에 대한 큰 역풍은 사라졌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중장기적 영향은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썼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