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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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AI 민주주의

새벽을 깨우는 버스는 늘 만원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하루를 시작해 모두가 일어나기 전 일을 끝내야 하는 새벽 근로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첫차 시간을 앞당기고 운행 노선을 늘려 달라는 민원도 만선이다. 그러나 그 요구에 응답하기는 어려웠다. 비용이나 경제성,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다. 운전대를 잡아줄 기사님이 계시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위험 부담도, 피로도 큰 ‘새벽 버스 운전’이 기피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다.

이런 현실에 돌파구를 내어준 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이었다. 자율주행 기술이 빈 운전석을 채우면서 30분 일찍 새벽 근로자들의 발이 돼주는 A160번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가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새벽 3시30분, A160번 버스가 정식 운행을 시작하는 그 역사적 현장을 함께했다. 전날 경남 사천에서의 일정이 밤늦게 마무리돼 모두가 만류하던 새벽 현장 방문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새벽 근로자들의 밝은 표정으로 인해 나의 고단함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이 버스가 희망이고 등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차가운 기술과 따뜻한 마음이 만난 현장이 내게 말해줬다. 먼저 챙겨야 할 AI 시대의 준비물이 무엇인지.

세계는 지금 앞다퉈 고속 질주하는 AI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동북아 AI 허브를 꿈꾸는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AI를 승부처로 삼아 세계 최대 AI 리빙랩을 일궈가고 있다. 서울형 AI 유니콘, 데카콘 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AI 기술 패권 전쟁의 관건이 될 우수 인재 육성에도 팔을 걷었다. 나 역시 서울시와 시 교육청에 어려서부터 디지털 새싹을 키울 수 있도록 체계적인 토대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 AI 시대의 마지막 퍼즐을 채워줄 인간다움이 그것이다. 역사는 가르쳐준다. 문명의 흥망성쇠가 문명 그 자체가 아니라 문명의 이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이다.

AI가 열어갈 낯선 미래가 인류에게 축복이 되려면 인간을 위한 기술인 휴머니즘을 채워야 한다. 인간의 따뜻한 가슴을 더할 때 ‘인공지능’은 공존과 상생을 실현시키는 ‘연결지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새벽 근로자를 배려하는 마음, 운전대를 잡은 기사님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과 만나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라는 위대한 결실을 이룬 것처럼 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배제가 없다. 모두가 앞을 보고 달릴 때 뒷자리에서 모두를 챙기는 손길에 의해 민주주의는 지탱된다. 그래서 서울시의회는 지금 AI 시대의 나침반을 준비한다. 뒤처지거나 낙오되는 시민이 없도록. 따뜻한 심장으로 AI 시대의 민주주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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