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쌀 한 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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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쌀 한 톨의 가치

우리 국민의 주식은 단연 쌀이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서 쌀과 감자는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한 작물로 꼽힌다. 동서양의 대표적 주식 작물이 대체로 병충해에 강하고 노동력이 적게 드는 식물이라는 점에서, 이는 자연이 준 선물처럼 느껴진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남 해남 지역에서 ‘안남미’라고 불리는 롱라이스(장립종 쌀) 재배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 식탁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마다 도시락을 검사했고 쌀밥에 반드시 보리나 콩을 섞어야 했다. 지금은 쌀 생산량이 줄고 있지만(2023년 기준 370만2000t) 쌀의 자급률만 따지면 여전히 100%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밀·옥수수·콩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때는 하얀 쌀밥을 먹고 나면 누가 “밥 먹었느냐”고 물어주기를 바랐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건강을 위해 일부러 잡곡밥을 찾는 시대가 됐다.

농업 현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상추, 청경채 등은 실제 시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노지 재배가 기본인 쌀도 품종 특화로 기능성 쌀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여전히 약 22.2%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내 생산비용이 높다는 점은 자급률 향상의 걸림돌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대규모 생산과 과학기술을 통한 생산 효율 증대가 필요하다.

식물 육종의 세계도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방대한 데이터 기술의 도움을 받아 과거 수년에 걸리던 품종 개발을 단축하는 혁신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만 년 전 인류가 농경이라는 위대한 선택을 하며 문명의 씨앗을 뿌렸듯, 오늘날에도 식량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높은 식량 안보 수준과 세계적으로도 낮은 기아율을 자랑하고 있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농사의 고됨을 체험하고는 마트에서 파는 채소가 결코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그 수고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식자재 가격 상승은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농업의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 역시 과학기술의 몫이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팜’이란 개념이 본격화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에 청년 인력을 유입하는 데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바람이 있다면, 농업 종사자들이 그 수고에 걸맞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농사지어 갑부가 됐다’는 성공담이 더 자주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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