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모가 커지고 가욋일마저 늘면 직원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줄어든다. 임원들이야 보고 및 회의 때 보지만 젊은 직원은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1년에 서너 번은 꼭 전 계열사 막내들과 맥주 한잔 놓고 마주 앉아 사소한 고민부터 비전까지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일명 ‘호프데이’다.
처음엔 다소 부담스러워하던 직원들도 요즘엔 은근히 그날을 기다리는 눈치다. 휴일 사이 샌드위치데이 공동연차 시행, 직원 휴게실 내 안마의자 설치 등 호프데이에서 나온 크고 작은 건의사항을 즉각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리를 통해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의 사소한 문제를 직접 듣고 해결해주는 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최근 호프데이에선 이런 얘기가 나왔다. 직장인에게 4, 7, 11월은 참 잔인한 달이라고. 주말을 제외하고 공휴일이 없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 공휴일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으니 많으니 하는 말들을 했다. 그 와중에 연휴를 ‘방해’하는 날이 하루 끼어 있기라도 하면 내수 진작 운운하며 임시공휴일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한다. 하지만 그렇게 황금연휴를 맞은 지난 설에도 해외여행객만 늘어났다니 5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내수를 살리자는 미명하에 정부는 지역화폐 발행, 소비쿠폰 지원 등 여러 대책을 내놓지만 단기적인 소비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 각 지역에서 돈이 돌게 하는 것이다. 대도시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안에서 소비가 자연스럽게 순환하도록 유도하면 국가 전체의 내수가 살아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지산지소(地産地消) 캠페인’이다. 이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으로, 인천상공회의소에서도 이를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역상품 우선 구매를 장려하고, 건설현장을 비롯한 민간에서도 지역 업체에 협력사 참여 기회를 확대하도록 독려한다.
또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하려는 지역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한다. 공공조달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물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장으로, 특히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기회다. 여기에 참여하려면 품질 관리, 납기 준수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히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기업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비가 늘면서 내수도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그날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며 회사가 잘돼야 너희가 공휴일도 기다리며 일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런 말을 앞세우기보다 기업이 잘되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일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