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 최초 ‘아이스너상’ 수상한 산호…할머니에게 배운 지혜, 만화에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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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잡고 싶으면 네 손이 잎이 돼야 한단다.”어린 시절 만화가 산호(필명·30)에게 할머니가 건넨 말이다. 여름이면 할머니 집 화단엔 개구리가 많이 찾아왔다. 어린 산호는 개구리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채 애를 태웠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손녀의 손을 찬물에 오래 담갔다. 그리고 축축해진 손을 봉선화 옆에 갖다 대며 말했다. “네 손이 봉선화 이파리인 척 해.”가만히 손을 대고 있으니 개구리 한 마리가 손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그때 약간 ‘어?’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세상이 바뀌는 느낌이었죠.”지난달 한국 만화 최초로 미국 ‘아이스너상’을 받은 산호 작가를 26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이스너상은 프랑스 앙굴렘상, 미국 하비상과 함께 세계 3대 만화상으로 꼽힌다. 산호 작가는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이하 ‘연옥당’)으로 ‘최우수 아시아 만화 미국판’ 부문을 수상했다.할머니의 말은 산호 작가에게 ‘내가 먼저 상대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 순간으로 남았다. 만화를 그리는 그의 태도에도 영향을 줬다. ‘연옥당’은 망자를 위한 케이크를 만드는 빵집 이야기다. 망자에 대한 기억을 재료로 장례식 케이크를 만든다는 설정. 가령 바다를 좋아한 고인을 위해선 ‘해풍의 짠맛까지’ 구현한 케이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크는 망자가 연옥을 건너는 동안 든든한 열량이 된다.작품의 뿌리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있다.“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눈에 칼날이 든 것처럼 계속 눈물이 났어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뿌리째 뽑혀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기억을 붙잡으려고 허겁지겁 (작품 구상을) 했던 것 같아요.”어떻게 케이크를 장례식에 올릴 생각을 했을까. 여기에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작가가 경남 김해 칠산의 시골집에 살 때, 집 바로 뒷산에 무연고 무덤 두 기가 있었다고 한다. 울타리도 비석도 없는 봉분이었다. 부모는 이사 올 때 무덤에 소주를 부어주었다. 어린 산호는 그 모습을 기억했다가 가족이 이사를 나갈 무렵, 자신의 여덟 살 생일 케이크를 조금 떼어 무덤에 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죽은 이와 남겨진 사람 사이의 관계에 마음이 머물렀던 작가는 훗날 그것을 만화로 그리는 사람이 됐다. 처음부터 만화가였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선 영화·영상을 전공했고 영화 스토리보드를 주로 그렸다. ‘연옥당’은 그의 첫 만화다.“학부생 때인 2019년 텀블벅을 통해 독립출판으로 ‘연옥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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