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질주, 유동성 때문 아니다…AI發 구조적 변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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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방문한 수전 챈 블랙록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 상승세는 장기적인 산업 변화에 기반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최근 한국을 방문한 수전 챈 블랙록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 상승세는 장기적인 산업 변화에 기반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주식시장이 질주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4일 5%대 급등하며 6936.99에 마감해 700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들어서만 약 64% 올라 작년 연간 상승률(약 75%)에 육박한다. 일각에선 단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전 챈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한국 증시 흐름에 대해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이 이끄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1988년 설립된 블랙록은 운용 자산만 14조달러(약 2경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2024년 1월 취임한 챈 대표가 국내 매체와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가 견인하는 ‘구조적 변화’

챈 대표는 한국 증시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AI 인프라 수요를 꼽았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설비투자(CAPEX)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하이테크 제조 강국인 한국과 대만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수혜자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챈 대표는 “한국 시장은 지난해 약 75%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64%가량 올랐다”며 “이런 상승세는 장기적인 산업 변화에 기반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한국은 소위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미국 대형 기술주 일변도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대체지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MSCI 지수 내 비중이 2~3%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순위 역시 지난해 10위권에서 올해 8위로 뛰었다.

챈 대표는 한국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 변화에도 주목했다. “과거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열광하던 한국 투자자들이 최근에는 자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홈 바이어스’(자국 편향)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 자금이 시장을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점착성’이 높아진 점은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가 한국 자본시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규제당국과 업계의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뒷받침돼 선진국지수에 안착하면 막대한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추가 유입돼 시장의 에너지가 더욱 폭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적 자산배분 공식 바꿔야

챈 대표가 블랙록 창업자인 래리 핑크 회장의 철학을 인용하며 강조한 것은 ‘장기 투자의 힘’이다. “지난 30년간 여덟 차례 금융 위기가 있었음에도 S&P500지수에 꾸준히 투자했다면 연평균 복리 8%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 이벤트에 일희일비하며 매매를 반복하기보다 자본시장의 우상향 에너지를 믿고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의 AI 수도’로 만들겠다는 핑크 회장의 비전과 관련해서는 “현재 정부 및 기업들과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협력을 초기 단계에서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이 지닌 인프라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챈 대표는 기존 자산 배분 공식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과거에는 ‘젊을 땐 주식, 나이 들면 채권’이라는 단순한 전략이 통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장 자산(주식·채권) 80%와 비상장 자산 20% 혼합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만기가 길고 내부수익률(IRR)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비상장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장기적인 회복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NPS)이 블랙록의 리스크 관리 플랫폼 ‘알라딘’을 도입해 통합 관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복합적 자산 운용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마지막으로 챈 대표는 아시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대해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난 초기 단계”라며 폭발적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는 “ETF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담는 ‘플랫폼’으로서 개인투자자에게는 접근성을, 기관투자자에는 유동성과 투명성을 제공하며 시장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최근 한국 투자자들이 금과 암호화폐 관련 ETF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또한 글로벌 자산 배분 트렌드와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양지윤/전예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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