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첫 자체 핵추진 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까지 건조하고, 2030년대 후반 전력화하는 내용의 ‘장보고 N 프로젝트’를 26일 발표했다.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국의 핵잠 건조가 국가 단위 사업으로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경남 창원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를 주재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핵잠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했다. 국방부는 저농축 우라늄을 핵잠 원료로 사용하고 미국이 아니라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 ‘핵 잠재력 확보’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건조하게 될 핵잠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미래 국방력의 핵심 전략자산인 핵잠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의지도 재차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자주국방 의지가 있어야 동맹도 더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며 “한·미 동맹의 건강한 발전을 견인할 전작권 환수를 차질 없이 신속하게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韓美 안보협상 앞두고 '핵잠' 속도전…관건은 美 핵연료 이전
정부, 핵잠 기본계획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핵추진잠수함(SSN) 개발 기본계획을 공개한 것은 다음달 한·미 안보협상 재개를 앞두고 핵잠 도입 의지를 대외적으로 분명히 한 행보로 해석된다.
핵잠 개발의 관건은 연료 확보다. 한국이 도입하는 것은 핵무기를 실은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기존 디젤·연료전지 기반 추진체계를 소형 원자로 기반으로 바꾸는 핵추진잠수함이다. 원자로에 들어갈 저농축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핵연료 이전을 위해 미국과 별도 협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민간 원전 협력을 위한 틀이어서 군사용 소형모듈원전(SMR)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미국 원자력법상 핵물질 이전은 제91조와 맞물린다. 미국 핵물질의 해외 이전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대통령이 승인한 프로그램의 조건에 따라 군사용 원자로와 핵물질을 외국에 이전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다. 한·미가 별도 협정으로 풀어가려는 것은 이 경로다.
국방부는 이날 “180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해 40년(10년 건조+30년 이상 운용) 장기 국가 산업 발전을 이끌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선 핵잠 선체 등 체계 개발 기업으로 한화오션이, SMR 개발 기업으로는 HD현대중공업 등이 거론된다.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에너지부(DOE) 관계자 등은 오는 6월 중순께 방한해 한국 외교부, 국방부 등과 함께 관련 실무그룹 회의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미국 내 부처 간 이견 조율은 남은 과제로 꼽힌다. DOE는 저농축우라늄 등 핵물질 이전의 기술적 요건과 안전성 판단을 담당한다. 전쟁부(국방부)는 핵잠 협력이 군사적 필요성에 부합하는지, 한·미 동맹의 방위 역량 강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따져보는 주체다. 국무부는 협상 전반의 외교적 창구이자 비확산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행정명령상 국제협정 협상은 국무장관 권한 아래 이뤄지는 만큼 국무부가 협상 전면에 서고 세부 조건은 에너지부와 전쟁부 판단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적 목적의 농축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 승인이라는 관문도 넘어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민주당 내 비확산 성향 의원들은 핵확산 우려를 강하게 제기할 수 있다”며 “미국 의회를 처음부터 핵심 상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통령이 핵잠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함께 꺼낸 데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보 불안론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날 오후 서해상으로 서울 등 주요 시설을 겨냥한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과 방사포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한재영/김다빈/신정은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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