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긴 美셧다운, 해외도 불똥… 항공편 지연, 韓美 NCG 차질

8 hours ago 3

[최장 향해가는 美 셧다운]
최장 기록에 하루 남은 34일째
박물관 문닫아 ‘이건희 컬렉션’ 연기… 주한미군 군무원들 급여도 못 받아
美선 취약층 식비 보조금마저 끊겨… 공화-민주는 ‘네 탓’ 공방만 격화

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공연장인 ‘기아 포럼’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다. 게티이미지

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공연장인 ‘기아 포럼’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다.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1주년을 이틀 앞둔 3일(현지 시간)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 지속 기간이 34일째로 역대 최장 기록(35일)에 바짝 다가섰다. ‘오바마 케어’(공공 건강보험) 예산안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갈등은 아직 타협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의 대립 상황이 5일까지 이어진다면 미국은 셧다운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미 연방정부가 한 달 넘게 멈춘 상황으로 인한 피해와 파장이 미국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취약계층을 위한 식량 지원과 연방정부 직원들의 월급이 끊겼다. 관제사 부족으로 항공편이 지연되고,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미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산하 국립 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도 연기됐다.

● 취약계층 식료품 구입 지원 중단

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셧다운이 한 달을 넘겨 이번 달까지 이어지면서 미국 내 취약계층 약 4200만 명의 식료품 구입을 지원하는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 일부가 결국 중단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판사가 SNAP 유지를 위해 긴급 자금을 쓰라고 판결했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일은 공화당이 지난여름 ‘SNAP는 낭비와 사기로 가득 차 있다’며 이미 관련 지원을 축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약 140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은 월급이 끊겼다. 싱크탱크인 초당파 정책센터에 따르면 이번 셧다운으로 최소 67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이 무급휴직을 하고 있고, 73만여 명은 월급을 못 받은 상태에서 필수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중 특히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관제사 부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관제사들은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월급조차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며 “셧다운이 계속되면 항공기 지연과 취소로 이달 추수감사절 여행이 마비되는 재앙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등에선 관제사 부족에 따른 항공편 지연이 보고됐다.

● 이건희 특별전 개막 연기… 한미 NCG 회의에도 영향

셧다운은 한국 기업과 정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당초 6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개막이 박물관 휴관으로 연기됐다. 현재 연방정부 산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들은 모두 휴관 중으로 담당 공무원들도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 중인 군무원들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달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미 국방 당국 간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아직 열리지 않은 것도 관련 업무를 하는 미 국방부 군무원과 공무원 일부가 무급휴직에 들어간 영향이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한국을 찾은 미 국방부 공무원이나 군무원 일부도 셧다운에 따른 무급휴직 중 임무 수행을 위해 예외 적용을 받아 한국에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백악관, 셧다운 관련 민주당 비난 홈페이지 개설

하지만 미 정치권에서 셧다운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미 CBS방송이 2일 방영한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지금 민주당은 길을 잃고 미친 사람들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2일 공식 홈페이지에 민주당을 조롱하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나의 안전한 공간(my safe place)’이라는 명칭의 페이지에는 셧다운의 책임이 민주당과 그 관계자들에게 있다는 메시지와 사진들이 게재돼 있다.

민주당은 “지금 상태에선 오바마 케어를 이용하는 취약계층 2000만 명의 건강보험료가 두 배 오르게 된다”며 관련 예산이 없는 예산안 투표는 못 받아들인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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