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기급 핵물질 생산능력이 최근 5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라늄 고농축 설비가 가득한 새 공장을 전격 공개했다.
김정은의 이번 주장과 핵무기 생산 공장 공개는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 협의와 맞물려 있다. 비닉 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핵추진잠수함이 이재명 정부에서 전 세계에 공표되면서 북한이 이를 자신들의 핵무력 증강 정당화 명분으로 삼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외교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주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대표단을 꾸려 미국과 핵연료 공급,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은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핵안보청(NNSA) 등이 참여하는 대표단이 협상 카운터파트다.
미국과 이란 핵협상 국면을 두고 핵무기 양산 체계를 과시하며 '비핵화 협상 불가론'을 재차 부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심분리기 빼곡한 새 핵공장 공개
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전날 새로 조업한 핵물질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핵무기연구소 지도간부들이 동행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우라늄 고농축에 필요한 원통형 원심분리기가 공장 내부에 빽빽하게 늘어선 모습이 담겼다. 통신은 공장의 구체적인 위치나 생산능력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표적인 핵 단지인 영변 내 신축공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시설의 점검·확장을 알리던 종전과 달리 신규 완공·가동에 들어간 공장을 처음으로 선보였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이날 "지난 5년간 핵무력 강화로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은 종전의 두 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 제9차 대회는 핵전쟁억제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핵무력 강화의 새로운 5개년 계획을 결정했다"며 "핵물질 생산 능력을 더 확대하고 핵무기 보유 수를 계속 늘리는 전략적 결정을 채택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나라의 이익,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보장하는 기본 담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안전장치인 핵전쟁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가속적으로 확대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더한층 부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핵전쟁 수행이 가능한 군사 능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미 핵잠 협의 겨냥 핵폭주 명분 쌓기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력 증강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데 주목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순히 핵무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적 수준을 넘어 지난 5년간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이 종전의 두 배를 능가했다는 양적·질적 성장 지표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라며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한·미 간 핵잠수함 협의가 가시화될수록 북한은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핵전쟁억제력을 질적·양적으로 확대하려 할 것"이라며 "한·미의 억제력 강화 조치에 맞서 북한 역시 핵폭주 속도를 높이는 '강 대 강 딜레마'가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을 향해서도 비핵화 협상 불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란과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문제가 핵심 쟁점인데 북한은 핵물질 생산 능력 확대 등을 오히려 과시하고 있다"며 "비핵화 문제가 북미간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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