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 낮은 기와지붕이 밀집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이색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KFC의 시그니처인 치킨 버켓 모양의 청사초롱이 처마 밑에 걸려 있고, 그 아래에선 흰색 양복을 입은 '샌더스 대령' 입체 캐릭터 조형물이 인사를 건넨다. 현장을 지나던 일본인 가족 관광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입장 방법을 물었으나, 미리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안내에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KFC '켄터키 할아버지의 바삭한 집들이' 팝업스토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팝업이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와 세계관을 전달하는 핵심 채널로 자리 잡은 가운데, KFC 역시 한국 고유의 문화 코드를 접목해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섰다. KFC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11일간 북촌 한옥마을의 한옥 공간 '와옥'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고유의 '핸드메이드' 조리 철학과 오리지널리티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집'과 '환대'의 정서로 재해석해 직관적으로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공간은 대문간을 시작으로 총 5개 구역으로 유기적으로 짜였다.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브랜드 역사와 헤리티지를 소개하고 너겟 등을 제공하는 무제한 치킨바 '커넬의 사랑방'이 나타난다. 이어지는 '커넬의 안뜰'은 버켓 투호 챌린지와 치킨 연회를 즐길 수 있는 안뜰 연회 공간, 내 마음속 베스트 소스 투표존으로 구성됐다. 안쪽 깊숙이 자리한 '커넬의 사랑채'에서는 한옥 처마 아래에서 여유를 즐기는 '치멍(치킨 먹으면서 멍때리기)'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 동선인 '커넬의 뒤뜰'에서는 인스타그램 인증을 통한 포토존 '위드 커넬샷'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팝업에서는 8가지 소스와 3가지 시즈닝을 활용한 총 11가지 '소스 페어링'과 '디핑(Dipping) 문화'를 선보였다. 소스바에서는 갓양념, 스파이시 마요 등과 함께 현재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허니갈릭마요', '켄터키 바비큐', '리치 메이플' 소스 3종이 함께 제공된다. 방문객들은 무제한 치킨바에서 미니 브리오슈 번, 핫크리스피통다리, 너겟 등을 소스와 마음대로 조합해 '나만의 수제 버거'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존 제품을 재해석해 즐기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 성향 소비층을 겨냥해, 색다른 조합의 디핑 문화를 이색 미식 체험으로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헸다.
방문객들이 공간 내 참여형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고,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자발적 바이럴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도 곳곳에 배치됐다. 뒤뜰 포토존 '위드 커넬샷'에서 업로드 인증 시 스티커를 증정하는 이벤트와 사랑채의 '럭키스트로우'가 대표적이다. 퇴장 전 진행되는 '베스트 소스 투표' 역시 소비자의 직접 참여를 유도한다.
이처럼 소비 트렌드가 단순 구매보다 체험과 공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팝업은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고 소통하는 핵심 오프라인 접점으로 안착했다. KFC는 지난해 12월에도 넷플릭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촌역점 팝업을 운영하며 누적 방문객 9000명을 기록하는 등 오프라인 경험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현장에서 느낀 이색적인 경험을 자발적으로 인증하고 확산하게 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와 장기적인 충성도를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라며 "단순한 시식을 넘어 공간과 스토리를 소비하게 만드는 팝업 마케팅 전략은 외식업계의 보편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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