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증시 고점 아냐”…월스트리트발 ‘반도체 고점론’ 정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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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반도체 고점론’이 확산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국내 증시가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앞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반도체주 쏠림과 높아진 실적 기대를 경고한 것과는 다소 엇갈린 평가다.

한국은행이 국내 증시가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국내 증시가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국내 주가의 추세적 하락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고, 정부도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7일 각각 6.92%, 6.06% 하락한 데 이어 8일에도 6.25%, 5.68% 떨어졌다. 코스피도 8일 하루에만 5.35% 급락해 7246.79로 장을 마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가 하락하자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한은은 최근 주가 급락에 대해 외국인의 차익 실현과 반기 말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겹친 영향으로 평가했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이후 투자자들이 보유 종목 비중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AI 활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연산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AI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쉽게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첨단 반도체의 공정 난도가 높아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는 점도 업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는 만큼 최근 주가 하락을 장기적인 하락세의 시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월스트리트.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이 ‘반도체 고점론’을 제기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월스트리트.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이 ‘반도체 고점론’을 제기했다.
이는 최근 월가의 반도체 경고론과는 온도 차가 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하이퍼스케일러와 다른 업종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봤고, 골드만삭스는 높아진 기대 탓에 호실적만으로 추가 랠리를 만들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도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위험 요인이 사라졌다고 본 것은 아니다. AI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거나, 빅테크 기업의 관련 투자 축소는 하방 위험으로 꼽았다.

한은은 향후 국내 주가가 AI 산업 관련 우려와 주요국 통화정책,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에 영향을 받으며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 자체는 견조하더라도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글로벌 증시 조정에 따라 주가가 단기간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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