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구조조정' 선포할 때…"일할 사람이 없어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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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직종별 명암이 갈수록 극명해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는 인간 직원의 업무를 대신하는 ‘AI 에이전트’ 육성에 본격 나서고 있다. 반면 용접공, 재단사 등 전통적으로 숙련 기술이 필요한 직업군에서는 인력난 문제가 불거지는 모습이다.

◇직원 대체 AI 개발하는 빅테크

재단사 마르코 레마가 미국 뉴욕에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 매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단사 마르코 레마가 미국 뉴욕에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 매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직원 업무를 따라 하는 AI 에이전트 도입을 공식화했다. 직원들에게 돌린 내부 공지에서 메타는 “여러분의 마우스 움직임과 클릭, 키 입력 등의 행동을 수집하기 위해 사내 컴퓨터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AI 에이전트 학습에 활용된다.

MCI(model capability initiative)로 불리는 이 도구는 직원의 단축키 활용 방식과 드롭다운 메뉴 선택 등 복잡한 행동을 수집한다. 주기적으로 직원 컴퓨터 화면을 무작위 캡처한다. 인간이 컴퓨터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을 정밀하게 모방한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게 핵심 목표다. 앤드루 보즈워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은 AI 에이전트가 주로 업무를 수행하고, 우리는 그들을 지도하고 개선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도구는 업무 관련 웹사이트와 앱에서만 실행된다는 게 메타 측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자신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하는 AI에 데이터를 직접 제공하는 셈이 된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동료가 작성한 이메일, 문서, 코딩 등을 학습시켜 해당 인물처럼 행동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한 것이다. 이 AI를 활용해 퇴직자의 직무 능력을 복제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쪽에선 '구조조정' 선포할 때…"일할 사람이 없어요" 한숨

블룸버그통신은 “메타의 MCI는 모든 업무에 AI를 통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메타는 최근 대대적인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까지 전체 인력의 10% 수준인 8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도 대규모 추가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메타뿐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도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에 적극적이다.

사무직군이 아닌 현장도 AI 도입에 따른 구조조정에서 안전하지 않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허치슨포트홀딩스트러스트는 홍콩 최초로 AI 기반 자율주행 트럭을 도입했다. 무인 차량을 이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아날로그 직업은 인력난

숙련 노동 분야에서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전통 수작업 직종 등에서는 인력 부족 현상까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재단사 직군이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드스트롬, 멘스웨어하우스 등 대형 유통 업체는 물론 패션디자이너와 지역 세탁소까지 재단사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기성복이 대세가 됐지만 바지와 소맷단을 줄이는 등 맞춤 수선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혼식과 졸업파티 등 행사용 의상 수요도 꾸준하다. 하지만 기술을 숙달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데다 고령화에 따른 은퇴로 재봉사가 감소하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재봉사는 약 1만8500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30% 감소했다. 재봉사 평균 연봉은 4만3000달러(약 6300만원) 수준이다.

커피 등급을 평가하는 커피 감정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은 커피 선물시장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등 커피산업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인재 유입이 급격히 줄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커피 감정실 직원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건설시장에서는 숙련공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늘면서 배전·배관·냉각 설비 공사 등의 기술직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글로벌 인력 채용 업체 란스타드가 채용 공고 5000만 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2022년 이후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설치 및 유지 관리에 필요한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67% 늘었다. 반면 채용은 쉽지 않다. 숙련 기술직 채용에 걸리는 기간은 56일로 서비스 분야 종사자를 채용하는 기간(54일)보다 길다.

한명현/황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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