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공장 함께 근무하던 아들인데…“얼마나 뜨거웠을까” 유가족 오열

2 days ago 10
“왜 여기 있어 아들아…내 새끼….”

3일 오전 7시 45분경 대전 유성구 선병원 안치실 앞.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숨진 30대 근로자의 어머니는 차마 안치실로 들어가지 못한 채 오열했다. 딸은 “못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는 어머니를 부축했다. 모녀를 대신해 안치실에 들어갔다 온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한참을 통곡했다.

이날 오전 사고 희생자 5명의 신원 확인이 끝나면서 유가족들에게 시신이 인도됐다. 사고 발생 이틀 만이다. 충남대병원에 안치됐던 시신 2구가 선병원으로 옮겨지면서 희생자 시신 5구가 모두 한곳에 모였다. 폭발 사고로 숨진 직원 5명은 50대 직원 2명과 30대 직원 1명, 20대 직원 2명이다. 이 가운데 20대 희생자들은 입사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계약직 직원들이다.

3일 오전 9시 40분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10여명의 유가족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 한 뒤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 뉴스1

3일 오전 9시 40분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10여명의 유가족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 한 뒤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 뉴스1
장례식장은 유족들의 흐느낌과 울음소리로 침통한 분위기였다. 20대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나온 아버지는 “내가 사지로 몰아넣었어, 얼마나 뜨거웠을까”라면서 오열했다. 사고로 희생된 아들과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진 그는 “미안하다”며 “내가 아무것도 못 해줬다”고 말한 뒤 쓰러질 듯 휘청이며 자리를 떠났다. 다른 유가족들도 안치실에서 처음으로 희생자들의 시신을 마주하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폭파와 화재로 인해 시신 훼손이 컸던 탓에 이날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추가로 수습된 유해 일부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병원을 찾아 유가족들과 약 15분간 면담했다. 일부 유족은 손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에게 “직원들이 뭘 아느냐. 당신들이 지옥불로 집어넣은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앞서 한화 측은 전날 브리핑에서 “타성과 관성에 젖어 기존 작업 방식을 바꾸지 못하고 수십 년 된 관행을 따라온 것이 실패 원인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손 대표는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최대한 사고 수습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희생자 5명의 빈소는 모두 선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장례가 치러질지 아직 유족과 협의 중이라 확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아직 빈소가 차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저녁 사고 희생자의 지인들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사고로 숨진 20대 근로자의 ‘11년 지기 친구’라고 밝힌 24세 남성은 “친구를 잘 보내주고 싶어 소식을 듣자마자 인천에서 바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에 대해 “중학교 때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리더십이 있었고 다정하고 섬세한 친구였다”며 “군 복무를 마친 뒤 대학에 복학했고 최근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회상했다. 남성은 안치실을 향해 약 2분간 묵념한 뒤 병원을 떠났다.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유족들과 회사·대전시 간 협의를 통해 대전 유성구청 1층 로비에 설치하기로 했다. 유성구는 4일까지 합동분향소 설치를 마친 뒤 5일 오전 9시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대전=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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