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 ‘먹튀 단속’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까 [D&A 관세·외환리포트]

3 weeks ago 17
로펌 리포트

할당관세 ‘먹튀 단속’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까 [D&A 관세·외환리포트]

황인욱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입력 : 2026.03.24 07:00

사진설명

할당관세 ‘먹튀’를 잡아라

설 명절을 앞둔 1월 27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한 할당관세 제도를 일부 수입업자가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가 관세 인하 혜택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정 업체에만 저가로 공급해 시장을 왜곡하며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2월 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할당관세 점검 및 제도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대폭 확대·강화된 할당관세 사후관리 제도를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세청·관세청도 할당관세 추천을 받은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언론도 ‘할당관세 먹튀’, ‘할당관세로 폭리’ 등 일제히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드디어 문제의 핵심을 건드린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할당관세 제도란

할당관세(Tariff-Rate Quota, TRQ)는 특정 수입물품에 일정 수량 한도 안에서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그 수량을 초과하면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이중세율 제도다. 기본세율의 40% 범위 안에서 세율을 가감할 수 있다. 현재 냉동고등어(2만톤), 냉동딸기(5000톤), 계란가공품(1만톤), 바나나(12만9000톤), 커피(수입 전량) 등이 할당관세 품목이다. 2026년 2월 기준 먹거리 관련 할당관세 지원 추정액만 2400억 원에 달한다.

할당관세는 소비자 후생 증대와 국내 생산자 보호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장 원리 기반의 정책 도구다.

이 제도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전제로 한다. 관세를 낮추면 수입 가격이 내려간다. 수입 가격이 내려가면 수입업자의 비용이 줄어들고 수입량이 늘어난다. 수입량이 늘어나면 국내 공급 물량이 증가하고, 공급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가격이 하락한다.

관세 인하로 수입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양을 소비할 수 있게 되어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가 증가한다. 반면 국내 생산자는 가격 하락으로 생산자 잉여(Producer Surplus)가 줄어든다. 여기에 ‘일정 수량까지만 낮은 세율’이라는 쿼터 장치가 더해지는 것이 할당관세의 특징이다. 쿼터 초과분에는 다시 높은 관세가 부과되어 국내 생산자에 대한 타격이 무한정 커지는 것을 방어하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냉동 삼겹살·고등어에 대한 사후 관리

이번에 정부가 확대·강화하겠다는 나선 사후 관리 제도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2011년 수입 돼지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하였다. 수입업자가 싸게 들여온 돼지고기를 창고에 쌓아두고 즉시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자, 다음 해 추천 조건을 강화하였다. 2011년 할당관세 추천을 받은 업체가 일정 물량 이상을 판매했어야만 2012년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정부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냉동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에 일제히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추천일로부터 45일 안에 보세 구역에서 반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현재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된 냉동 고등어도 추천일로부터 45일 안에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법정까지 간 할당관세

사후 관리 조항 위반을 이유로 수입업체들이 무더기로 관세 추징을 당하면서 할당관세는 법정으로 갔다. 쟁점은 사후 관리 조항의 해석이었다. 거래처와 매매 계약만 체결하면 판매한 것으로 보는가, 출고까지 되어야 하는가? 2017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출고까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수입 물량이 보세 창고에 있는 상태에서 거래처에 넘겨주었는데, 그 거래처가 지연 반출한 경우에도 수입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최근 선고된 하급심 판결들은 이 경우에도 지연 반출에 대한 책임은 수입업체가 져야 한다고 보았다.

[제미나이]

[제미나이]

어디에 주목해야 하나 : 집중관리 품목과 할당 추천 취소

정부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 지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부 품목(냉동육류·고등어, 설탕)에 국한되었던 할당관세 품목에 대한 사후 관리를 다른 품목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사후관리 조항 위반 시 할당관세 추천 취소의 범위이다. 지금까지는 사후관리 조항을 위반한 당해 물품이 아니라, 그 다음 번 추천 물량에 대한 추천 취소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그 범위가 사후관리 조항을 위반한 당해 물량으로 확대될 것 같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다른 추천 물량까지 모두 추천을 취소하겠다는 것인지 향후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할당관세 품목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정말 물가를 잡을 수 있나

국민 일상과 직결된 먹거리 분야에서 할당관세가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매년 있었다. 이번 정부 대책은 할당관세 제도의 태생을 따져보았을 때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다. 할당관세는 공급량 증가를 통한 자연스러운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제도이지, 할당관세 혜택을 받는 수입업자에게 특정 행동을 강제함으로써 물가를 잡으려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입업자들이 낮아진 세율만큼 차액을 취할 목적으로 수입한 추천 물량을 보세창고에 쌓아두고 풀지 않는 것이 사실인가. 할당관세의 효과가 미미한 원인이 수입업자에게 있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정부가 사후관리 조항을 위반한 수입업자들로부터 195억 원의 관세를 추징했다고 발표했지만, 수입업자가 취한 부당이득이 195억 원이라는 의미는 아니지 않는가. 원래 세율을 적용하여 가산세까지 포함하여 거두어들인 세액이 195억 원이라는 의미일 뿐이다. 위 금액에는 단순 반출 지연이나, 수입업자로부터 물량을 매입한 거래처가 반출을 지연한 경우 등 할당관세 먹튀로는 보기 어려운 사유에 따른 추징 금액도 포함되어 있다.

작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할당관세 점검 및 제도개선방안」을 보더라도 이러한 사후 관리가 물가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의문이다. 수입업체-도매-소매-소비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유통 구조에서 각 단계마다 관세 인하의 효과가 흡수·상쇄된다는 것이다. 수입업체만을 집중 관리한다고 해서 물가 안정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익숙한 풍경 : 너무 쉬운 길만 찾는 것은 아닌가

물가가 뛸 때 정부는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손쉬운 카드가 할당관세다.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고 예산이 직접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물가 안정 효과 없이 국내 농가 소득만 줄인다는 생산자 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이러한 불만을 가장 손쉽게 달래는 방법이 무엇인가. 수입업자를 악당으로 만드는 것이다. 할당관세 자체는 문제없는데 일부 나쁜 업체들이 혜택을 악용한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비난의 화살을 수입업자에게 돌린다. 정부는 규제를 덧붙이고 위반 시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다시 존재감을 높인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이 나온 이후 정부가 취한 첫 번째 조치에 근본적인 고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국회에서 매번 지적된 할당관세 운용 결과에 대한 체계적 평가·검증, 유통 구조 개편의 구체적 방안, 효과 없는 품목을 차년도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환류 체계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이후 정부가 취하는 조치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너무 쉬운 길만을 찾는 것이 아닌가.

상품이 국경을 넘고, 돈이 바다를 건너는 길목마다 관세, 대외무역, 외국환거래법이 촘촘히 놓여 있습니다. [D&A 관세·외환리포트]에서는 기업과 개인이 무심코 지나치는 그 길목에서 어떤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실무 최전선의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황인욱 변호사는 2013년부터 D&A(대륙아주)에서 활동해 온 관세, 대외무역, 외국환거래법 전문가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