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팀 사이언스지 발표
지방을 열로 바꾸는 능력 뛰어나
고지대 독성 식물 소화력도 강화
제프리 굿 미국 몬태나대 교수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해발 6700m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사는 안데스잎귀쥐(사진)의 독특한 대사와 적응 방식을 규명하고 연구결과를 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안데스산맥 고지대를 수차례 탐사하며 다양한 고도의 33개 지역에서 안데스잎귀쥐 167마리를 채집했다. 해발 6000m 이상에서 발견된 개체는 14마리다. 이후 쥐들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고 저지대에 사는 동종 개체 및 근연종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쥐들을 칠레 산티아고의 동일한 사육시설에서 최소 2주 동안 적응시킨 뒤 인공 환경을 조성하고 반응을 관찰했다. 산소 농도에 따라 해발 0m, 해발 4300m, 해발 7000m 환경을 모사했다.
저온·저산소 환경 재현 실험에서 고지대 개체는 저지대 개체보다 체열을 더 많이 발생시켰고 근육과 갈색지방의 활동도 더 활발했다. 특히 몸을 떨 때 사용하는 종아리 근육인 비복근에서 산소와 지방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 경로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저산소 환경에 놓였을 때 열을 만드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뜻이다. 기초대사량은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탄수화물은 일반적으로 지방보다 같은 양의 산소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저산소 환경에서 유리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된다. 안데스잎귀쥐는 살고 있는 고도와 관계없이 추울 때 지방을 주연료로 사용했다. 지방은 산소 효율이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저장에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고산 포유류에서 흔히 나타나는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 강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산소를 실어 나르는 능력보다는 근육에서 산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강화한 셈이다.
고지대와 저지대 개체군 사이의 집단 분리는 뚜렷하지 않았다. 고지대와 저지대 사이에 꾸준한 유전자 교류가 일어나는데도 고산 환경에 유리한 유전자 변이가 자연선택을 통해 유지됐다.
고산 개체에서 고지대 식물이 만드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대사 유전자도 뚜렷하게 강화된 흔적이 발견됐다. 에너지 대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 보이는 고지대 독성 식물을 먹어 소화시키는 능력이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다만 유전체에 나타난 공통적인 특성에 기반한 추론에 그치기 때문에 독성 식물 소화 능력과 고지대 적응 사이의 관계를 밝히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고산 적응이 산소 운반 능력뿐 아니라 체온 유지와 에너지 대사, 혈관 기능, 먹이 독성에 대응하는 능력이 결합된 결과”라며 “이번 연구는 한 종이 폭넓은 환경에 적응한 과정을 보여 기후와 고도 변화에 따른 포유류의 진화 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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