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A매치 골’ 이동경
유럽파 합류 안한 동아시안컵
중국전 감아차기 슈팅 골맛
공격수중 유일하게 풀타임… 손흥민-이재성-이강인과 경쟁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포로 4년 만에 A매치에서 골 맛을 본 이동경(28·김천)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동경은 7일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중국과의 개막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3-0 대승을 이끌었다. 전반 8분 오른쪽 측면에서 김문환이 내준 패스를 잡은 이동경은 페널티 박스 오른편에서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21년 6월 9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스리랑카전 이후 1489일 만의 A매치 득점이었다. 홍명보 한국대표팀 감독은 “이동경이 자신의 장점인 왼발로 득점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한국, 일본, 중국, 홍콩이 풀리그를 펼쳐 승점이 가장 높은 팀이 우승하는 이 대회는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유럽파들이 합류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그간 해외파들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이동경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동경은 이날 선발 출전한 공격수 중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실점 대승을 견인했다. 선제골에 이어 후반 12분엔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김주성(서울)의 쐐기골에 일조했다.
하지만 이동경이 2026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하려면 치열한 집안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이동경의 포지션인 2선 공격수는 손흥민(33·토트넘), 이재성(33·마인츠) 등 베테랑들을 비롯해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 양민혁(19·토트넘) 등 유럽에서 활약 중인 젊은 선수들이 뛰는 자리다. 이동경은 이에 대해 “모든 선수가 월드컵 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앞으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월드컵 출전은 내게 꿈같은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하겠다. 끝까지 경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8년 K리그1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경은 2022년 초 독일 2부 리그 샬케 04에 임대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결국 분데스리가(1부 리그)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2023년 울산으로 복귀했다. K리그1에 복귀한 뒤에는 독일 시절의 실패를 설욕하듯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4월 29일 입대 전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고 8경기 7골 5도움을 기록했고, 김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5골 1도움을 추가하며 프로 첫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경은 지난해 12월 K리그1 12개 구단 선수 48명이 직접 뽑은 ‘2024 동아스포츠대상’ 프로축구 부문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병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 이동경은 올해도 6골, 4도움으로 활약 중이다. 김천은 8일 현재 9승 5무 7패(승점 32)로 전북, 대전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중앙은 물론이고 측면 미드필드까지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인 이동경은 패스 정확도도 높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마술 같은 왼발 슛이다. 롤모델도 독일의 레전드 미드필더로 ‘왼발의 마술사’로 불리는 메수트 외질(37)이다.이동경은 동아시안컵 남은 경기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참이다. 11일 홍콩, 15일에 일본을 상대하는 한국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