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박혜상 ‘노래로 맺은 인연’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프라노 박혜상(사진)이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구성지게 뽑아냈다. 판소리 특유의 탁성을 살리면서도 곱고 경쾌한 그의 음색은 선명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피아노와 첼로, 대금 등 동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반주는 사랑가에 담긴 애절함과 발랄함을 한층 도드라지게 드러냈다.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박혜상의 가곡 리사이틀 ‘한국 가곡 연대기: 노래로 맺은 인연’은 신라 향가와 조선 시조, 판소리부터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 독일·아르헨티나 가곡과 근현대 한국 가곡까지 동서양 노래를 폭넓게 엮은 무대였다. 대금 연주자 이아람, 피아니스트 문재원, 첼리스트 이호찬이 함께하며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빚어냈다.
박혜상은 2020년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G)과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전속 계약을 맺은 성악가. 2017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뒤 2021년 오페라 ‘마술피리’의 여주인공 파미나 역을, 2023년에는 베르디 오페라 ‘팔스타프’의 나네타 역을 맡으며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넓혔다.신라 향가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와 조선 시조 ‘북천이 맑다커늘’을 바탕으로 한 창작곡으로 공연의 문을 연 박혜상은 담박하면서도 귀를 붙드는 음색의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어 슈베르트의 ‘송어’에선 맑은 물속을 헤엄치던 송어가 어부가 일으킨 흙탕물에 속아 잡히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2부 초입에 부른 ‘산유화’는 김소월의 시에 작곡가 김순남이 곡을 붙인 작품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선율과 경건한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자연 속 인간의 고독을 짙게 드러냈다.
공연을 마친 박혜상은 관객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전날 만난 한 미용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바쁜 일정으로 지쳐 있던 그는 취미로 성악을 한다는 미용사에게서 “나 대신 무대에서 기쁘게 노래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언젠가 자신의 리사이틀을 여는 게 꿈이라는 그의 부탁을 떠올린 박혜상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성악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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