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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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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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8세…런던 자택서 타계
'더 큰 첨벙' '일광욕하는 사람'
수영장 시리즈로 세계적 명성
70년간 장르 넘나들며 혁신
노년엔 아이패드로 작업도
2019년 시립미술관 전시 흥행
국내 '호크니 신드롬' 이어져

사진설명

'수영장 화가'로 유명한 영국의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이 1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BBC는 "호크니가 89번째 생일을 한 달 앞둔 11일 자택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며 "그는 70년간 회화와 판화, 사진, 디지털 아트까지 아우르는 다매체적 접근 방식으로 유명한 20세기 미술 아이콘이었다"고 밝혔다.

1937년 영국 요크셔의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호크니는 런던의 왕립예술대학 시절부터 다재다능하고 촉망받는 작가로 주목받았다.

학창 시절부터 영국의 팝아트 운동에 기여하며 일찌감치 스타덤에 올랐으나, 1964년 돌연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로 이주했다. 그는 집집마다 파란 수영장과 강렬한 햇빛을 품고 있는 중산층의 도시에 매료돼 대표작인 '스플래시', '더 큰 첨벙', '일광욕하는 사람' 등 수영장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했다. 특히 '더 큰 첨벙'은 화면 속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지만, 방금 누군가 물속으로 뛰어든 '찰나의 순간'을 강렬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당시 동성애가 불법이었던 영국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에서 그는 성적 자유를 누리며 예술적 실험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호크니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작가다. 70여 년간 초상과 정물, 풍경을 넘나들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마저 허물었다. 회화, 판화,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았고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아이패드로 작업하며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미술 문외한조차 전시장 앞에 긴 줄을 서게 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은 관람객 3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에 '호크니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8년 12월엔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달러(당시 약 1019억원)에 경매에 낙찰돼 당시 생존 작가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이후 제프 쿤스에 의해 깨졌지만, 그의 인기와 예술적 가치를 증명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다.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는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한다.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빛, 파란 수영장, 요크셔의 싱그러운 초록색 숲은 복잡하고 난해한 현대미술에서 벗어나, 보는 이에게 즉각적인 시각적 쾌감과 해방감을 선사한다. 2000년대 이후 고향인 영국 요크셔로 돌아가 그리기 시작한 풍경화는 생명력 넘치는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다.

그는 전통적인 일점소실 원근법을 거부하고 사진 콜라주를 활용해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담아낸 초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추상 풍경화를 실험한 데 이어 노년에는 3D 기술까지 도입하며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끝없이 확장했다. 탈색한 금발 머리에 둥근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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