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식 찍어 누르기’… 이스라엘-이란 전쟁 12일 만에 끝내
이스라엘-이란 전쟁 휴전에 대한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이 이란 본토를 처음으로 공격한 지 72시간 만인 6월 24일 0시(미국 동부시간 기준·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협정이 발효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오후 6시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총체적인 휴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롤러코스터 탄 12일
미국은 6월 21일 0시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을 개시했다. 핵 잠수함이 이스파한 핵시설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24발을 발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같은 날 오후 6시 40분쯤부터 7시 5분까지 벙커버스터 GBU-57 14발을 탑재한 B-2 7대를 동원해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을 공습했다.
양국 분쟁이 격화하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5일 “때로는 그들이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스라엘 공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틀 뒤 조기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최고지도자 위치를 알고 있다”면서 무조건적인 항복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란 핵시설을 벙커버스터로 타격하는 작전을 지시한 것이다. 이란 의회는 미국이 공습한 이튿날인 6월 2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전 세계는 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6월 23일 오후 6시 휴전을 전격 선언하며 반전됐다. 이란은 10시간 전 카타르 미군 공군기지에 14발의 비례적 미사일 공격을 가하며 보복했지만 미국과 카타르에 공격 사실을 미리 통보하는 ‘약속대련’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 국영TV는 6월 24일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휴전이 시작됐다”고 전했고,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휴전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12일간의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표 참조). 미국이 이란 본토 타격 작전을 개시한 지 72시간 만이다.
이번 휴전 합의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세 나라의 명분이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장기집권과 경제난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전쟁이 계속된다면 정권교체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2023년 10월부터 이어온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고조된 국내외 우려를 고려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외교 치적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 발표 후 트루스소셜 계정에 “트럼프는 항상 옳다” “전 세계여 축하한다. 평화의 시간이다!” 등 내용이 담긴 사진과 글을 게시하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는 남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은 이란의 핵시설 완전 파괴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미 국방부 정보당국은 이번 공습이 핵시설 핵심 요소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를 입수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무기 생산 기간을 3개월가량 지연했다”며 “벙커버스터 GBU-57이 사용되지 않은 이스파한 핵시설 역시 온전할 개연성이 크다”고 전했다. 408㎏에 이르는 60%의 고농축 우라늄이 공습 전 옮겨졌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NYT는 6월 19일 “고농축 우라늄이 보관된 포르도 시설 터널 입구에서 화물 트럭 16대가 포착돼 이란이 주요 장비와 우라늄을 옮겼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정황을 들어 이란이 핵 개발을 계속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6월 23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 의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핵시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IAEA의 감시·사찰 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란 처지에선 온갖 수모를 다 당한 상황이라 핵까지 놓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오히려 이번 경험으로 핵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일 수 있어 이를 두고 내분양상이 심화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5호에 실렸습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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