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막히자 카스피해 뜬다…이란 숨통 틔운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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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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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해가 미국의 해상 봉쇄와 군사 압박을 받는 이란의 군수·상업 물자 우회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이 이 수로를 통해 제재 회피와 전시 보급망을 함께 강화하면서 전장의 균형과 미국 압박의 실효성을 동시에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3월 이란 북부 반다르안잘리 항구의 해군사령부를 공습해 이란 해군 함정 여러 척을 파괴했다. 공습 지점은 전략 요충지인 페르시아만이 아니라 수백 마일 북쪽의 카스피해 연안이었다. NYT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카스피해가 러시아와 이란을 잇는 교역로로 새 의미를 갖게 됐다"고 해석했다.

전쟁과 제재에 동시에 묶인 두 나라에 카스피해는 공개·비공개 거래를 모두 소화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관료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전투로 드론 전력의 약 60%를 잃은 이란이 공세 능력을 복구할 수 있도록 카스피해를 통해 드론 부품을 보내고 있다.

이란 당국도 대체 무역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 IRIB에 따르면 모하마드 레자 모르타자비 이란 식품산업협회장은 "카스피해 연안의 이란 항구 4곳이 밀, 옥수수, 사료, 해바라기유 등 필수 물자를 들여오기 위해 24시간 가동 중"이라며 "필수 식품 수입 경로를 카스피해로 적극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해운업계 분석업체 포트뉴스 미디어그룹의 비탈리 체르노프는 "매년 흑해를 거쳐 이란으로 향하던 러시아산 밀 200만t이 이제는 우크라이나의 공격 위험을 피해 카스피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보다 큰 카스피해는 세계 최대 호수로 분류되지만, 이 해역을 지나는 거래 상당수는 불투명하다. 해운 추적 단체들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 항만을 오가는 선박들은 위성 추적용 트랜스폰더를 끄는 일이 잦다. 걸프만과 달리 카스피해는 연안 5개국만 접근할 수 있어 미국이 선박을 차단할 수 없다는 점도 제재 회피 통로로서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다.

양국의 방산 협력은 이 항로의 성격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에선 러시아산 부품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판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이란의 드론 전력을 빠르게 복구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본다.

과거에는 이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용 드론을 보내고 러시아가 다시 부품을 이란으로 보내는 쌍방향 흐름이 이어졌지만, 2023년 7월 러시아가 타타르스탄 공장에서 이란 면허 아래 샤헤드 드론 자체 생산에 들어간 뒤 이란산 완제품 수요는 줄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8월 카스피해 북서쪽 러시아 올랴 항에서 이란산 샤헤드 부품을 실은 러시아 선박을 격침했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피해만 인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앞서 2024년 9월 해당 선박과 선주 MG-플로트를 이란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러시아로 운송한 혐의로 제재했다.

러시아와 이란에는 카스피해의 전략적 중요성이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두 나라는 지난 20년간 서방 교역로를 피해 러시아 서부와 카스피 분지를 거쳐 발트해에서 인도양까지 7200㎞를 잇는 남북 교역회랑 구상을 추진해 왔다. 노후 선박 교체, 신규 항만 시설과 철도 건설 구상도 포함됐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각각 전쟁에 얽히면서 이런 기반시설에 투입할 자원이 줄었고, 카스피해의 얕은 수역도 항행 제약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향후 카스피해 항로가 식량과 원자재 우회로를 넘어 러시아와 이란의 상시 군수 보급망으로 굳어질지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예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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