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직격탄 맞은 韓중고차…지난달 중동향 수출 대수 74% 폭락

2 hours ago 2

19일 인천 연수구의 옛 송도유원지 인근 중고차 수출 단지 야적장이 주차된 중고차로 가득찬 모습. 국산 중고차의 최대 수출지역인 중동으로 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이처럼 선적을 기다리거나 판매되지 못한 차들이 2만 여대에 이른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일 인천 연수구의 옛 송도유원지 인근 중고차 수출 단지 야적장이 주차된 중고차로 가득찬 모습. 국산 중고차의 최대 수출지역인 중동으로 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이처럼 선적을 기다리거나 판매되지 못한 차들이 2만 여대에 이른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7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약 50만㎡ 규모의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 단지. 예년 같으면 이슬람 라마단(2~3월) 기간이 끝나 중동 바이어들이 부쩍 오가야 할 대목이지만, 인적이 끊긴 채 중고차 2만 여대만이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며 중동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선적되지 못한 중고차 물량이 그대로 쌓여가고 있는 것. 선박에 이미 실려 있던 중동향(向) 중고차들조차 2월 28일(현지 시각)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직후 도로 하역되며 인천항 일대는 ‘주차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지난해 기준 중동시장은 전체 중고차 수출의 35%가 향하던 최대 시장. 중동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중고차 수출 업체들은 그야말로 고사 위기에 신음하고 있다. 전쟁 직후인 3월 한 달 중고차 중동향 수출(선적) 대수는 전쟁 전인 올 2월 대비 무려 74%나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매달 중고차 약 5억 원어치를 수출하던 한 업체도 전쟁 이후 이 UAE 대상 매출이 ‘제로’가 됐다. 전쟁 전 실어보낸 물량도 아직 도착 전으로 판매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최근 직원을 줄이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업체 대표 윤모 씨는 “두바이 경제가 ‘마비’ 상태라 중고차 수요 자체도 사라지고 있다”며 “종전만 기다릴 뿐”이라고 토로했다.

● 3월 중동향 중고차 수출대수 74% 폭락

동아일보가 지난달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 품목별 코드 중 중고차 항목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중동 9개국(UAE·사우디아라비아·오만·예멘·이라크·이란·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으로의 수출 대수는 단 1865대로 전월 대비 74.0%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중고차 수출 대수가 20.2% 늘어난 것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수치다. 특히 원래 수출량이 가장 많았던 UAE향 수출 대수는 이 기간 4491대에서 442대로 90.2%나 급감했다. 

게다가 배에 선적돼 ‘수출 물량’으로 잡히긴 했지만 그중 중동에 제대로 도착한 중고차는 극소수라는 분석이다. 바다 위를 떠돌다 제3국에 일단 하역된 물량이 대다수라는 것. 이날 인천 수출 단지에서 만난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중고차 물량이 배에 잘 실려 중동으로 향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중국으로 선회, 일단 중국에 주차 공간을 얻어 물량을 내려놨다”며 “컨테이너당(차량 3대 적재) 수천만 원 손해가 실시간으로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파키스탄에 하역을 한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운좋게 물량 중동에 도착해도 물류비 ‘폭탄’ 운 좋게 우회 항로를 확보했더라도 운송비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 올 1~2월 중고차가 담긴 컨테이너 총 17개를 UAE를 향해 보낸 한 업체는 가장 먼저 보낸 3개 컨테이너만이 호르무즈 해협 바깥 오만만 연안의 코르파칸항에 4월 19일 도착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문제는 선적 당시 낸 운송비는 컨테이너당 1600달러였지만, 전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4300달러씩 더 청구된 것. 추가 비용은 엄밀히는 수출 업체의 책임이 아니지만, 바이어와의 지속적인 사업관계상 분담이 불가피하다고 중고차 업계는 설명한다.

게다가 운송비는 계속 더 오르고 있다. 최근 고려해운이 업체들에게 공지한 코르파칸항 운송비는 컨테이너당 6000달러로, 현지에서 추가될 비용 등을 더하면 실 운송비는 1만 달러(약 1475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컨테이너당 중고차 약 3대가 적재되는 걸 감안하면 차값과 운송비가 비슷한 수준이다. 

중동 경제 마비로 시세가 50% 수준으로 꺾였지만 운영난을 겪는 업체들은 헐값에라도 차를 한대라도 더 넘기려 애쓰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차를 단지 내에 두기만 해도 주차비가 한 달에 50대 기준, 총 1000만 원”이라며 “500만 원짜리 차를 바이어에게 300만 원에 팔고 (당장 수출은 못 돼도) 일단 밖으로 가져가라 한다”고 말했다.

인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