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무산에 국민연금 6000억 손실 재조명… MBK 투자금 회수 압박

3 days ago 11

홈플러스 영등포점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홈플러스 영등포점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은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추가 투자 중단과 회수 가능한 투자금의 조속한 회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와 맞물려 MBK의 홈플러스 투자 운용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간담회를 열고 MBK에 대한 투자 관리 강화와 투자금 회수 문제를 논의했다. 을지로위는 국민연금이 MBK에 대한 추가 투자를 중단하고 회수 가능한 자금을 조속히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간담회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국민연금이 MBK 펀드를 통해 투자한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열렸다. 금융감독원이 MBK에 대해 직무 일부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관리 책임도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국민연금의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가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RCPS 5826억 원과 보통주 295억 원 등 모두 6121억 원을 투자했다.

RCPS는 일정 조건에 따라 원금과 약정 수익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금융상품이다. 국민연금은 당시 만기 5년, 연 3% 배당, 연복리 9% 수준의 만기 수익 조건을 전제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올해 1월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를 열고 홈플러스 RCPS의 공정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약 9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자산이었지만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전액 손실 처리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투자금 ‘0원’ 처리… 원금 회수 조건 변경도 쟁점

앞서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보통주 투자분의 공정가치도 0원으로 반영한 바 있다. 보통주에 이어 RCPS까지 전액 상각되면서 홈플러스 투자금 대부분이 사실상 회수 불능 상태에 놓였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금융당국의 제재심에서도 홈플러스 RCPS 조건 변경 문제가 쟁점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RCPS 상환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출자자인 국민연금 등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는지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여부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국민연금의 향후 위탁운용사 선정과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에는 법령 위반으로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운용사에 대해 선정 절차를 중단하거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이 MBK가 운용하는 11개 펀드에 약 2조5000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K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MBK는 지난 3일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RCPS 조건 변경은 당시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보전을 통해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운용 판단이라는 점을 소명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그럼에도 당사의 입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와 조건이 변경된 홈플러스 RCPS는 서로 다른 증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절차상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만으로 제재 내용이 최종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향후 금융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향후 관련 법적 절차를 통해 관련 쟁점에 관한 당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MBK는 RCPS 조건 변경이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자 이익 보호를 위한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내고 있지만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로 국민연금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더 낮아진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 노후자금이 투입된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 우려가 현실화된 만큼 MBK의 운용 책임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과 관리 책임까지 함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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