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최대 과제는 민간 자율로 돌아가는 자유민주적 경제 질서를 되찾는 일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71·전 대구시장)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는 관치 경제를 할 것이 아니라 원칙을 확립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모든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은 60일 초단기 대선인 만큼 선거 경험이 많은 가장 준비된 후보가 나서야 한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제7공화국의 포문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홍 후보와의 1문 1답.
▶이번 대선이 지난 대선과 가장 다른 점은
“통상 대선은 10개월에 걸쳐 치른다. 이번엔 60일 초단기 대선이다. 37일만에 국회 입성, 45일만에 경남지사 당선 등 수많은 단기 승부를 본 노하우가 있다. 제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경제가 어렵다. 새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헌법 119조 1항은 자유민주적 경제질서, 2항은 경제민주화다. 87체제 이후 우리 경제의 기본 원칙은 1항이 우선이었는데, 예외조항인 경제 민주화가 최근 대원칙처럼 됐다. 규제는 늘고, 노동권만 폭발적으로 강해져 불균형이 생겼다. 자유민주적 경제질서의 원칙을 되돌리는 게 첫번째 과제다.”
▶출정식에서 “기업에게 자유를”이라는 표현도 썼는데.
“강성 노조가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 불법파업 등을 통한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는 들어줘선 안되고, 규제는 꼭 필요한 부분외엔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법률 대정비가 필요하다. 민관 합동으로 ‘민관 경제 계획 5개년 개혁’을 만들어 예측가능한 시장 질서를 만들겠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글로벌 관세·통상 우려가 커졌는데 해결책은.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무역적자 규모 7위 국가다. 작년 우리나라 대미 무역 흑자가 537억달러로 사상 최고였지 않나. 이 무역 수지 균형만 맞춰 주면 미국이 관세 전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나라의 연간 에너지(석유·LNG) 수입이 1400억 달러 규모 정도다. 대부분 중동에서 수입하는데, 이중 절반만 미국에서 수입해도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본다. 관료적 상상력이 아닌 정치적 상상력을 펴면 얼마든지 협상할 카드는 많다.”
▶인공지능(AI)이 이번 대선의 화두인데.
“AI에만 국한하지 않고 양자컴퓨터 등 첨단 산업 전반을 함께 봐야 한다. ‘초격차 기술 해소’를 목표로 5년간 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R&D) 투자는 확 늘려야 한다.”
▶종부세 폐지, 상속세 공제 확대도 들고 나왔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나.
“ ‘국가 재정 DTI(총부채 상환비율·연소득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을 도입할 계획이다. 국가부채도 국내총생산(GDP)에 연동해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하자는 것이다. 경남도정을 하는 3년 4개월 간 경상남도는 채무가 ‘제로’(0)였다. 대구시장직을 맡을 당시엔 17개 자치단체중 유일하게 예산 늘리려 추가 지방채 발행도 안했다. 국가 빚도 줄일 수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구도를 깰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완주했을 때 보다 오히려 이번 선거가 더 낫다. 윤석열 개인에 대한 탄핵이지 보수진영에 대한 탄핵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상대가 전과 4범의 이재명이지 않나. 본선에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
▶반(反) 이재명 빅텐트는 실현 가능할까.
“반 이재명 빅텐트는 이미 진행 중이다.”
▶보수 진영이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선 무당층 공략이 핵심이라는 이른바 ‘중도 확장성’ 논의가 나오고 있다.
“최근 나오는 보수의 중도 확장성 논의에 동감하지 않는다. 보수면 보수고 진보면 진보다. 중도를 위한 공약은 어불성설이다. 소위 중도층이라고 표현되는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스윙보터’(그때그때 지지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 집단)다. 이들은 강한 세력에 붙는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끌고간다면 이러한 스윙보터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본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나.
“나는 경선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설계하지 않는다. 내 관심사는 오로지 본선이다. 경선에 승리하고 본선에서 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대선 승리를 목표로 가다보면 경선은 자연스럽게 통과할 것이다.”
▶이밖에도 ‘선진대국 대개혁 100+1’ 공약을 냈다. 쉽게 설명한다면.
“대한민국이 혁신해야할 부분 100가지를 꼽았다. 처음은 정치 부문이고, 그 다음이 경제다. 사회문화와 대북외교, 국방 부문 공약을 차례로 발표할 계획이다. 마지막 퍼즐인 ‘+1’은 국민 통합이다.
▶청년 세대를 위해선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나.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미래 세대가 장래를 두고 어떤 불안감을 느끼는지, 더 나아가 왜 불만을 토로하는지 알아야한다.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친구같은 두 아들을 통해 매일 듣는다. 우리 정치인들도 탁상공론보다는 현장에서 미래 세대와 접촉하고, 이들의 고민과 가치관을 모두 들은 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책 관련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대권 도전만 세 번째다. 나에겐 1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훈련된 병사들이 있다. 교수와 전문가 그룹이다. 당장 내일 본선 시작해도 자신있을 정도로 공약이 준비돼있다.”
▶‘홍준표의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개헌을 통해 제 7공화국을 열고, 100년 뒤 미래 세대를 위한 선진대국을 만들 것이다. 민주화 시대를 거쳐 우리가 이제 만들어야 하는 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모두 G7 대국이다. 그에 걸맞는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
▶보수 후보 중 홍준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이 혼란한 정국을 헤쳐나가라면 ‘스트롱맨’(강한 사람)이 필요하다. 중국가서 ‘씨에씨에’(謝謝), 일본에선 ‘아리가토’(ありがとう), 미국에서 ‘땡큐(Thank you)’하는 정치인은 지금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없다. 여러모로 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스트롱맨’ ‘레드 준표’ ‘홍카콜라’ 등 여러 별명이 있다.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나.
“나를 두고 ‘터프’하다면서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KFC 로고에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포근한 인상이 되고 싶다. 부딪힐 땐 강하게 부딪히고, 당당해야할 땐 당당하고. 그러면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다.”
글=정소람/박주연/안시욱/사진=김범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