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도 못 했는데 멕시코로 돌아가라니” 이란 감독의 분노 [WC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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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도 못 했는데 멕시코로 돌아가라니” 이란 감독의 분노 [WC 현장인터뷰]

업데이트 : 2026.06.16 14:44 닫기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대표팀 감독은 또 한 번 자신들에게 처한 어려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G조 예선 뉴질랜드와 경기를 2-2 무승부로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중요한 시작점은 오늘 경기의 분위기였다. 많은 이란인들이 이곳에 와주셨다. 이분들은 믿음도 다르고, 정치적 신념도 다르지만 마음을 다해 우리를 응원해주셨다. 8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우리를 응원해줬다”며 이날 경기장 대부분을 차지한 이란 관중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대표팀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대표팀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美 잉글우드)= 김재호 특파원

이날 이란 관중들은 현 이슬람 정권에 대한 찬반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뉘었다. 현재 이란 국기를 흔드는 관중들도 있었지만, 이슬람 혁명 이전 국기를 흔드는 관중들도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는 경기장 앞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고, 이란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된 후에는 모두가 이란 대표팀을 응원했다.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언급한 것.

그는 “경기장 분위기가 우리에게 에너지를 줬다. 선수들도 마음을 다해 뛰었다”며 선수들이 관중들의 열기에서 에너지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이날 뉴질랜드와 2-2로 비겼다. 사진= EPA= 연합뉴스 제공

이란은 이날 뉴질랜드와 2-2로 비겼다. 사진= EPA= 연합뉴스 제공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G조 경기 중 가장 아름다운 경기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우리는 아주 좋은 기회가 두 차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이것도 축구의 일부다. 우리의 약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말을 더했다.

좋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는 기어를 바꿔 “이란인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동 문제였다. “그들은 우리가 오늘 경기를 치른 뒤 회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있다. 오늘 당장 여기(미국)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2월부터 군사적으로 분쟁을 겪어왔다. 이 문제로 대회 참가 자체가 불투명했던 이란은 우여곡절 끝에 이번 대회 참가했지만, 대신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결국 베이스캠프도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 정해야 했다. 미국 국경과 붙어 있는 티후아나를 캠프로 정했다고 하지만, 긴 시간을 이동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는 “회복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는 경기가 끝나고 바로 비행기에 올라타 티후아나로 돌아가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유를 모르겠다. 아주 이상하다. 우리의 일정을 계획한 누군가가 내린 결정 같다. 원래는 오늘 밤을 여기서 머무르고 내일 점심때쯤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말도 안 해줬다”며 말을 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이슬람 혁명 이전의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제공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이슬람 혁명 이전의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제공

현재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는 관중들의 모습. 사진= AP= 연합뉴스 제공

현재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는 관중들의 모습. 사진= AP= 연합뉴스 제공

이란 대표팀은 축구협회 관계자 일부가 비자가 거절되면서 지원 스태프도 제대로 데려오지 못했다. 그는 “우리는 월드컵 기간 내내 가장 많은 억압을 받고 있다. 협회의 존재감이 없다. 취재진도 오지 못했다. 팀을 관리해주는 분들도 오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표팀의 주축 선수인 메흐디 타레미를 중간에 교체한 것에 대해서도 “적응할 시간도 제대로 얻지 못해서 많은 선수가 근육 경련을 경험했다. 그래서 교체를 해야했다. 선수 교체가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 부상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오는 길에 도착도 지연됐고 돌아갈 때도 회복 시간도 갖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 이런 것들이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다시 한번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경기장을 찾은 멕시코 관중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멕시코 관중들은 이란과 색이 슷한 초록색 자국 유니폼을 입고 와서 이란을 함께 응원했다.

이란의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벌어진 반정부 시위

그는 “멕시코 사람들, 멕시코 정부, 그리고 티후아나 시정부와 지역 주민들은 우리가 마치 고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향수병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분들이다. 오늘 밤 다시 돌아가는 것은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그곳에 계신 보고 싶은 분들을 다시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미국과 대조적으로 자신들을 환영한 멕시코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고난들이 우리를 멈춰 세우지 않게 할 것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 경기는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좋은 경기였다. 경기장 안팎으로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50년간 축구계에 있었지만, 지금 경험하는 일들은 내게 있어 아주 긍정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란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응원에 아주 행복하고, 이는 아주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는 말을 남긴 뒤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잉글우드(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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