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업이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해외에 공장을 둔 미국 기업들이 관세 직격탄을 맞을 거라는 우려가 커지자 머스크가 총대를 메고 나선 셈이다. 그러자 나바로는 “머스크는 차를 파는 게 중요하다. 상호관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조립업자다. 테슬라의 많은 부품이 중국, 일본, 대만에서 온다”고 깎아내렸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 차(the most American-made cars)”라며 “나바로는 벽돌보다 멍청하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의 최측근들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설전 수위를 높인 것이다. 나바로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지만 테슬라는 전체 매출의 20%가 중국에서 나온다. 오히려 자동차 부품 관세 때문에 미국 공장에서 만드는 테슬라 차의 가격을 올려야 할 처지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골수 마가(MAGA)파’가 중국을 때릴 때마다 머스크가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두고 ‘골수 마가’와 트럼프 2기의 신진 세력으로 분류되는 ‘다크 마가’의 충돌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류 관료나 정치인을 배제하는 인사를 하면서 경제팀엔 빅테크 엘리트와 정통 금융인·기업가 출신을 포진시켰다. 머스크를 비롯해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자수성가 기업인 출신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대표적이다. 두 그룹의 경제 철학은 닮은 듯 서로 달라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가 관심사였는데, 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중국을 제외한 나라의 상호관세를 느닷없이 유예하는 과정에서도 경제팀의 내분이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를 검토하면서 베선트, 러트닉 장관과 논의했다고만 했을 뿐 나바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선트는 한국, 일본 등과의 무역 협상도 맡았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월가와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분노를 표출하자, 고율 관세에 반대해 온 온건파 장관들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번 유예 조치로 각국은 시간을 벌었지만, 트럼프 경제팀의 분열과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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