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농협, 주유소협회와 가격 협의
공정위, 과징금 20억5000만원 부과
“휘발유 50원만 올리면 안되쿠과?(안될까요?) 우리 마진이 너무 많은데 지금 뭐 서귀포 쪽도 1710원에 팔켄햄신디(팔겠다고 하는데)”, “아아. 예 거믄(그러면) 50원 하죠.”
제주시농협과 제주주유소협회 관계자들의 통화 내용이다. 제주주유소협회는 제주농협의 인상 제안을 받아들여 제주시 지역 휘발유 가격을 50원 인상했다. 이 같은 제주에서의 ‘경질유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지회(제주주유소협회)가 제주시농협 및 서귀포농협으로부터 휘발유, 경유, 등유 등 경질유의 판매가격을 미리 제공받아 판매가격으로 결정한 후 이를 구성사업자들에게 통지해 준수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아울러 제주시농협과 서귀포농협은 단순히 다음날 경질유 판매가격을 미리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제주주유소협회와 합의해 경질유 가격 인상 및 유지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을 고려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0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한국석유공사와 공동으로 입찰을 진행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경질유를 구입해 농협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경질유 가격이 농협주유소의 가격보다 높으면 유류 판매가 어려워진다. 같은 이유로 농협주유소들은 가격 경쟁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대표하는 유력 주유소 운영사업자인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이 담합에 지속적으로 가담하는 유인이 됐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제주주유소협회는 제주지역의 주유소 운영사업자들로 구성된 사업자단체로, 회원 수는 지난 2024년 기준 총 116개 업체다.
주유소의 경질유 판매가격은 운영 사업자들이 시장의 수급 상황 및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제주주유소협회와 제주시농협, 서귀포농협은 경질유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 판매가격 결정 행위를 하거나,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결과적으로 주유소 운영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경쟁했을 경우 소비자가 얻었을 수 있었던 이익을 저해했다.
구체적으로 제주주유소협회는 구성사업자들 간 경질유 가격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지난 2022년 9월 19일부터 2024년 7월 10일까지 제주시농협 및 서귀포농협으로부터 다음날 경질유 판매가격을 미리 제공받아 기준가격으로 결정하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문자 등을 통해 구성사업자들에게 준수하도록 통지했다.
특히 제주주유소협회는 기준가격 결정·통지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 등 민감한 시기에는 단체대화방이 아닌 전화 통화나 직접 방문 등의 방법으로 기준가격을 고지했으며,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
제주시농협과 서귀포농협은 다음날 경질유 판매가격을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공개하기 전에 제주주유소협회에 미리 제공했으며, 나아가 제주주유소협회와 합의해 가격 인상·유지 등 경질유 가격을 결정하고, 기준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업자를 확인해 기준가격 준수를 유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주주유소협회 3000만원 △제주시농협 9억8700만원 △서귀포농협 10억3300만원 등 총 20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경질유 시장에서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사업자단체 등의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사항 적발 시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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