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7시경 경남 산청군 산청읍 모고리에서 구조 작업에 참여 중인 김태호 산청소방서 구조대장이 말했다. 마을은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와 바위에 뒤덮여 쑥대밭이 됐다. 김 대장은 “극한 상황이지만 실종자를 찾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김 대장을 포함한 소방 인력 50여 명과 주민 10여 명이 투입돼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 극한의 수색 현장, 실종자 찾기 난항
산청과 경기 가평에서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 이후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됐다. 생존 가능성이 있는 ‘골든타임’(72시간) 종료가 임박하면서 구조당국은 폭염 속에서도 총력전을 벌였다. 72시간 동안 산소와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체온 유지가 어렵고 탈수가 심해져 장기 기능이 빠르게 저하된다. 산청에서 첫 실종자가 발생한 시점은 19일 오전 11시 58분경으로, 22일 정오를 기준으로 골든타임이 끝난다. 산청은 대부분 19~20일, 가평은 20일 오전에 산사태가 발생했다.산청군에서는 모고리뿐 아니라 단성면 방목리, 신등면 율현리, 신안면 외송리 등에서도 인력 1260여 명과 장비 180대를 동원해 전방위 수색을 벌였다. 모고리 실종자는 77세 최모 씨다. 그는 마을 이장의 안내를 따라 회관으로 대피했다가 잠시 집에 들른 사이 토사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비가 쏟아진 지 5분도 안 돼 산사태가 발생해 손쓸 틈도 없었다”며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모고리 곳곳은 흘러내린 토사와 건물 잔해들로 여전히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쏟아져 내린 바위 때문에 덤프트럭 등 중장비 진입도 어려웠다. 구조당국은 실종자 집 인근은 물론, 마을과 200여m 떨어진 하천 곳곳을 철제 탐지봉으로 찌르며 실종자의 흔적을 찾았다. 탐지봉에 뭔가가 느껴지면 잠시 멈추고 잔해를 손으로 일일이 들추며 수색했지만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높게 쌓인 토사와 부유물 등을 치우기 위해 중장비를 투입해야 하다 보니 작업 속도가 나지 않았다. 실종 추정 지역에서 실종자들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수색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도 애타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수색 작업에 힘을 보탰다. 삽과 곡괭이 등 농기구를 들고 나와 마을 곳곳을 샅샅이 수색하고 토사를 치웠다. 박인수 모고리 이장(61)은 “실종 당일 비가 그친 이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수색에 나서다 보니 종아리에 피부병이 생길 정도로 몸이 힘들다”면서도 “체력적으로 모두 힘들지만 마을 주민들 모두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빨리 이웃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산청에서는 사망 및 실종 인명 피해 외에도 도로 파손 등 공공시설 73건, 건물 파손 등 사유시설 27건, 농작물 침수 320㏊ 등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도로 등 주요 기반 시설이 붕괴되면서 주민 불편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주민들은 “그래도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지 않겠느냐”며 서로 용기를 북돋우는 모습을 보였다.● 가평 실종자 4명 수색도 난항
경기 가평에서도 수색 작업이 이어졌다. 20일 가평지역 폭우 때 발생한 산사태 실종자 1명은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북부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1일 오후 1시 12분경 가평군 북면 제령리에서 전날(20일) 오전 흙더미에 매몰됐던 70대 남성을 수습했다. 앞서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남성이 20일 오전 5시 21분경 산사태가 발생해 매몰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색 작업을 벌여 왔다. 경기 가평군과 포천시 등 경기 북부 지역의 사망자는 가평 4명, 포천 1명 등 총 5명으로 늘었다.
이날 가평군에선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가 1명 추가됐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가평군 상면 덕현리에서 한 50대 남성은 20일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21일 오전 9시 21분경 마을 관계자로부터 남성에 대한 실종 정황 신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구조당국은 이 남성 외에도 가평군에서 캠핑을 하다 실종된 모자를 비롯해 실종자 4명을 찾고 있지만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인한 전국 사망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는 산청 4명, 가평 4명, 광주 북구 1명 등 총 9명이다.
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가평=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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