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인 배당을 촉진하는 세제 및 제도 개편을 언급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배당금으로 많이 지급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배당을 너무 안 하는 나라다. 중국보다 안 하는 그런 나라"라며 "다른 나라는 우량주를 사서 중간 배당을 받아 생활비도 하고, 내수에도 도움이 되고 경제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배당을 안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배당 촉진을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무조건 배당 소득세를 내리는 것이 능사냐고 한다면 이것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로 과세하기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대선 공약에는 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소영 의원이 제안한 대로 배당 성향이 높은 데만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방식(이 있다.) 이 의원이 아마 (배당 성향) 35%를 넘는 경우에만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법안을 낸 것 같다"며 "조세 재정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배당소득세를) 내려서 많이 배당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방법들을 많이 찾아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밸류업 정책 발표를 위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국내 상장사 배당 성향은 26%다. 미국(42%), 일본(36%)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55%), 중국(31%), 인도(39%) 등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도 낮다.
국내 주식의 양도차익은 일부 대주주를 제외하면 비과세인 것과 달리 배당소득은 15.4%의 기본세율에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 49.5%)까지 적용하고 있다. 동일한 주식 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임에도 불균형한 과세체계로, 배당 확대 유인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은 323개(유가증권시장 170개·코스닥 153개)다. 이들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13조원으로 전체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상장기업 배당금의 26%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무조건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보다는 배당성향이 평균 이상이면서 3년간 주당배당금(DPS)을 유지하거나 이를 꾸준히 늘려온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한 곳은 △기업은행 △강원랜드 △LG유플러스 △한전KPS △지역난방공사 △애경케미칼 △HD현대 △HD현대마린솔루션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다우데이타 △한전기술 △한진칼 △현대차증권 등이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의 배당금을 받는 기업의 지배주주는 대부분 높은 세율의 적용을 받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으로 높은 세율로 인해 배당을 늘려도 실수령액이 많이 줄어 배당 확대에 소극적이었을 것으로 유추된다"며 "배당세율 완화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배당을 확대할 유인이 된다"고 내다봤다.
하나증권은 △씨젠 △이마트 △오리온홀딩스 △한화솔루션 △HD현대미포 △두산 △강원랜드 등이 유리할 것으로 꼽았다. 이들 종목은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 모두가 높은 종목들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