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9일 “행정을 하다 보면 대개 공급자 중심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정책 수요자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정부 부처에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집권 초반기에 공직 기강을 다잡는 한편 일종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재차 주문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행정 경험이 풍부한 이 대통령의 ‘깨알 지시’에 공직 사회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약 15분간 첫머리발언을 했다. 국무회의는 오후 2시에 시작해 150분간 진행됐다. 이날 의결된 추가경정예산 관련 메시지가 일부 있었지만 상당 부분은 공직자를 향한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정책을 결정하더라도 정책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과,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것하고 내용은 같은데 수용성에 있어 완전히 다른 것 같다”며 “요즘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매우 중요시하는 사회 문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 의견이 존중받았냐, 아니면 무시당했냐가 결과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올라온 특정 안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잘 준비해주고 있는데 가끔씩 그런 흔적들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어떤 정책 결정을 할 때 정책의 영향이 어디에 어떻게 미치는지에 대해 방향이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말씀드리진 않겠지만 그런 점들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추경안 외에 법률 및 시행령 개정 안건 16개가 상정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안건으로 상정된 각각의 법안을 두고 이 대통령이 꼼꼼하게 질의를 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제기되는 각종 민원과 관련해서도 ‘신속 처리’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민원을 대할 때 귀찮은, 없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해 경시하고 피한다”며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원의 총량을 줄였으면 좋겠다”며 “국민이 정부 행정으로부터 무시받고 있다, 억울하게 처분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 시간을 줄여달라”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민원은 총 1403만8337건이다. 도로·교통 분야 민원이 전체의 70.4%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 대통령은 수용 불가능한 민원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사람이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면 ‘너무 좋다’고 한다”며 “진지하게 민원을 대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선 건 취임 직후부터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신속히 원인을 분석해 막을 수 있었는데도 부주의나 무관심 등으로 발생한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행정 실무를 해봤기 때문에 디테일한 주문이 가능하다”며 “행정편의주의적 사고가 만연하던 공직 사회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