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소속된 英 MI6, 사상 첫 여성 수장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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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외정보기관인 비밀정보부(MI6)가 창설 116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수장을 맞이한다.

'007' 소속된 英 MI6, 사상 첫 여성 수장 임명

BBC 등 영국 언론은 15일(현지시간) 제18대 MI6 수장으로 블레이즈 메트러웰리(47·사진)가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메트러웰리는 올해 가을 5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리처드 무어 MI6 국장 뒤를 이을 예정이다.

해외 첩보 활동을 총괄하는 MI6에서 여성이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정보기관 전반으로 보면 MI5에서는 과거 여성 국장이 두 명 있었고 정부통신본부(GCHQ) 역시 지난해 여성 수장이 취임했다.

메트러웰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사회인류학을 전공한 뒤 1999년 MI6에 입직했다. 이후 오랜 기간 중동과 유럽에서 공작 임무를 수행하며 경력을 쌓았다. MI6와 국내정보국(MI5) 양 기관에서 과장급 부서장을 지낸 그는 최근까지 MI6의 기술 및 혁신 부서를 총괄하는 ‘Q국장’으로 활동했다. BBC는 “Q국은 비밀 요원의 신원을 보호하고, 생체 감시를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핵심 부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외교정책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성 미카엘 및 성 조지 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MI6 수장은 조직에서 유일하게 신원이 공개되는 직책이며, 내부에서는 전통적으로 수장(Chief)의 이니셜을 딴 ‘C’로 불린다. 이는 MI6 창설 당시 초대 수장인 맨스필드 커밍이 이름 첫 글자인 C로 서명하던 전통에서 비롯됐다.

이번 지명에 대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은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메트러웰리 임명은 정보기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무어 국장도 “메트러웰리는 유능한 정보 장교이자 리더이며 기술 분야에서 앞선 전략가 중 한 명”이라며 “MI6 첫 여성 수장으로 그를 맞아 기쁘다”고 밝혔다.

메트러웰리는 지명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몸담아온 조직을 이끌게 돼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며 “MI6는 영국 국민을 보호하고 해외에서 영국 이익을 증진하는 데 MI5, GCHQ와 함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감한 동료,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그 일을 지속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MI6는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09년 창설됐으며 한때 이스라엘 모사드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소규모 정보 수집 기관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GCHQ 등 다른 정보기관이 디지털 감청과 대규모 데이터 수집 역량을 앞세우면서 상대적으로 위상이 약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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