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0일. 지소연(34·시애틀 레인)이 한국 여자 축구 역사를 쓰기 시작한 날이다. 지소연은 이날 캐나다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2025년 5월 30일. 지소연이 A매치 166번째 경기에 나섰다. 상대는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맞붙었던 ‘강호’ 콜롬비아였다. 한국은 당시 콜롬비아에 0-2로 졌다.
한국은 이날도 콜롬비아에 0-1로 패했다. 콜롬비아가 피지컬, 조직력 등에서 한국에 앞섰다. 한국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주도권을 잡고 상대 골문을 두드렸지만,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진 못했다.
166번째 A매치를 마친 지소연이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Q. 콜롬비아와의 첫 번째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경기 초반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라미레즈, 카이세도 두 선수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경기 전부터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2023년) 월드컵에서 경험했듯이 대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팀과 경쟁하려면 이런 선수들을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
Q. 막내급 선수들과 나이 차가 좀 있지 않나. 함께 생활하면서 호흡을 맞추면 어떤 느낌인가.
후배들이 처음엔 많이 어려워했다. 지금은 아니다. 막내 선수들이 많이 편해졌다. 운동장에선 잘 따라오려고 노력한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막내 선수들이 다음 월드컵(2027년 브라질)까지 기량을 많이 끌어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신상우 감독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대표팀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나.
어린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 기회라는 건 쉽게 오지 않는다. 오늘 내게 온 기회가 마지막일 수 있다.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뛰라”고 한다.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선수도 있었다. “재밌게 뛰라”고 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긴장한 게 보였다. 오늘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될 거다. 젊은 선수와 베테랑이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Q. 득점이 잘 안 나온다.
내가 슈팅 하나를 제대로 못 때린 것 같다. 큰 책임을 느낀다. 6월 2일 용인에서 콜롬비아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좀 더 집중하겠다. 수비에선 2년 전 월드컵 때 나왔던 실수가 반복됐다. 우리 잘못으로 허용하는 실점을 줄여야 한다. 콜롬비아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선 개선된 경기력을 보이도록 하겠다.
Q. 후반전엔 콜롬비아를 강하게 몰아붙이지 않았나.
0-1로 지고 있었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1골 차로 지나 2골 차로 지나, 지는 건 똑같지 않나.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다. 그래서 더 아쉽다. 득점하려면 더 준비해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
Q. 피지컬, 기술 등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까.
피지컬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늘 라미레즈 보시지 않았나. 평범한 성인 남성이 막는다고 해도 쉽지 않을 거다. 첼시에서 뛰는 선수다. 2년 전보다 많이 늘었다. 일대일로는 막기 어렵다. 조직적으로 막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체격으로 우위를 점하긴 어렵다. 더 세밀해져야 한다. 콜롬비아 공격이 그랬다. 공을 계속 주고받으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우리가 저렇게 해야 한다. 더 빠르게 주고받으면서 골까지 연결해야 한다.
Q. 신상우 감독 체제가 들어서고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무엇인가.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이 기회를 받는다. 단, 모든 선수가 월드컵으로 향하는 건 아니다. 기회가 왔을 때 증명해야 한다.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콜린 벨 감독님이 팀을 이끌었을 땐 멤버가 고정적이었다. 큰 변화가 없었다. 이게 현 대표팀과 과거 대표팀의 가장 큰 차이다.
Q. 어느덧 베테랑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설 때마다 감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대표팀 20년 차다. 태극마크를 달고 계속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이다. 대표팀을 떠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 내 경험이 우리 선수들의 발전에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 무대에서도 당당히 맞서는 걸 확인한다면, 마음 편히 내려올 수 있을 것 같다.
[인천=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