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부산항 신항에서 압수된 대량의 코카인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온 수사당국이 국내 밀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세계 2위 규모의 환적항이자 아시아와 중남미를 잇는 마지막 관문인 부산항이 국제 마약 유통의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국제 수사 공조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세관과 부산지검은 6일 중남미발 컨테이너선에서 적발한 600㎏ 규모의 코카인 밀수 사건 결과를 발표했다. 염승열 부산본부세관 조사국장 "선박의 선장과 선원 등 27명 전원을 조사한 결과 국내 코카인 밀수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다만 부산항을 중심으로 코카인 적발 사례가 최근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국마약단속국(DEA) 등과의 국제 수사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지난 5월 9일 DEA로부터 대량의 코카인을 실은 컨테이너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세관은 국내 입항정보를 분석해 첩보와 달리 다른 선박에서 마약 적재 사실을 찾아내 이튿날인 10일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다.
차량형 X(엑스)-레이 검색기 등의 장비를 활용해 12개의 꾸러미에 든 코카인을 발견했다. 2000만명이 흡입할 수 있는 양이며, 시가로는 3000억원에 달한다.
코카인 은닉 컨테이너는 에콰도르를 출발해 페루·멕시코를 거쳐 일본·중국·부산항을 오가는 정기선이다. 염 국장은 "중남미에서 코카인을 선적해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하역이 되지 않고 부산항으로 들어온 것"이라며 "코카인 판매 경로가 아시아권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해 유통 경로를 끊기 위해 DEA와 협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해외 마약조직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국경 단속 강화된 데다, 코카인 산지인 중남미 국가에서 코카인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어 동아시아 지역으로 코카인 판로를 확대하려는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2021년 아보카도 수입 컨테이너에서 400㎏의 코카인을 적발한 것으로 시작으로 지난해에도 두 건의 코카인이 적발되는 등 부산항이 국제 마약 유통 경로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부산세관은 지난해 중남미 전체 정기선 물동량 중 부산신항으로 들어오는 물동량은 20~30%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인근 일본과 중국 등에서 코카인 수요가 늘고 있어 코카인 유통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세계 2위 수준의 부산항 환적기능 때문에 코카인의 핵심 경유지가 될 수 있어 마약 시장 확대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