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가려움증센터 개소
피부과·산부인과 등 협진 기반
증상만 가라앉히는 치료 탈피
데이터 기반 원인 규명에 집중
18일 찾은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 내부 세안실에서 얼굴을 깨끗이 씻은 뒤 의료진 안내에 따라 검사 장비 앞에 앉았다. 주먹만한 특수 카메라로 정면과 측면을 촬영하자 모니터에 피부 영상이 실시간 송출됐다. 화면을 살피던 김수미 피부과 전담간호사는 콧볼 옆 부위를 가리키며 “이렇게 혈관이 늘어난 부위는 미세한 자극이 반복되는 것만으로도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려움증의 뿌리를 추적하기 위한 수분도와 피부장벽 검사도 이어졌다. 수분 측정 기기를 볼 주변에 갖다 대자 삑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수치가 떴다. 김 전담간호사는 “아무리 피부가 건조해도 통상 수분도는 4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26 수준”라며 “집중 보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려움증 치료 패러다임이 단순 증상 완화에서 정확한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처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개소했다. 맞춤형 정밀 진단과 다학제 협진 체계를 구축해 가려움증 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려움증은 흔한 증상이지만 6주이상 지속되거나 수면과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단순 피부 문제로 넘겨선 안된다. 만성 가려움증은 간·신장·갑상선 질환, 알레르기, 신경계 이상, 혈액종양 등 다양한 전신질환의 경고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은 고혈압약, 이뇨제, 진통소염제, 항암제 등 복용 중인 약물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난치성 가려움증은 일상 불편을 넘어 대인관계 위축 등 삶의 질 전반을 무너뜨린다. 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은 “환자 중에는 수년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만 억제하기보다 생활습관, 복용 약물, 전신질환 여부까지 평가하는 진단이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센터가 내세우는 강력한 무기는 국내 최초로 구축된 다학제 협진 체계다. 피부과를 필두로 내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가 긴밀하게 움직인다. 특히 만성 가려움증은 밤잠을 설치게 만들어 심각한 우울감과 불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센터는 이러한 정신건강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척수 레벨에서 항소양(가려움 억제) 효과를 내는 항우울제나 신경병증 약제를 처방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해 치료 순응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 센터장은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회음부·항문·고환 부위 소양증 역시 산부인과 등과의 유기적인 협진 체계를 통해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지 않고도 정밀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가려움으로 피부를 반복해 긁으면 신경 말단과 피부 장벽이 함께 손상되면서 피부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두꺼워지는 만성태선이나 결절성 양진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조기에 끊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가려움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 혈액검사나 문진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센터는 피부에 시약을 2일간 부착해 총 42가지 원인 물질을 확인하는 첩포검사로 생활 속 원인을 추적하고 있다. 등 부위의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30년 가까이 병원을 전전하며 스테로이드 치료만 반복해온 60대 여성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센터장은 “첩포검사를 진행한 결과 염색약 성분인 ‘PPD(파라페닐렌디아민)’에 강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머리를 감을 때마다 염색약 성분이 등 뒤로 흘러내리면서 만성 염증을 유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인 물질을 차단하자 수십년간 이어진 가려움증이 비로소 호전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치료 역시 기존의 항히스타민제 처방 중심에서 한단계 진화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만성 소양증(CPU)은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센터는 가려움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국소 JAK(야누스키나아제) 억제제를 도입해 빠른 증상 완화를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가려움증 유발 면역물질인 IL(인터루킨)-31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표적치료제와 생물학적 제제도 환자 상태에 맞춰 적용 중이다.
소아와 고령층, 임산부처럼 약물 사용에 제한이 있는 환자에게는 안전한 빛으로 염증을 잡는 광선 치료가 대안이 된다. 특정 파장의 자외선을 피부 전체에 쬐는 ‘협대역 자외선B’와 문제 부위만 국소적으로 치료하는 ‘엑시머 레이저’가 일례다.
센터는 진료를 넘어 원인 불명의 CPU을 포함한 가려움증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 등록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임상 연구를 확대하고 향후 국내 난치성 가려움증 표준 진료 체계와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센터장은 “과거 통증 클리닉이 활성화되면서 만성 통증환자들의 삶이 바뀐 것처럼 가려움증 역시 하나의 독립된 진단명이자 의학분야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는 정밀 의학과 다학제 협진을 통해 환자들이 더 이상 홀로 참지 않고 적극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선도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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