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방에 8명 수용"…33도 폭염도 선풍기 두 대로 버텨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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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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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2㎡(약 5평).

원룸 한 칸 남짓한 공간에 여성 수용자 8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지난 17일 찾은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의 수용동 모습이다.

국내 혼거실 기준(1인당 2.58㎡)으로는 6명, 유럽 교정기준(1인당 4㎡)으로는 4명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방 안에는 적정 인원을 훨씬 웃도는 인원이 머물고 있었다.

21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청주여자교도소의 수용 정원은 619명이지만 현재 742명이 수용돼 수용률이 약 120%에 달한다.

에어컨 없는 좁은 방서 여름 견뎌야

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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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 안에는 빨래를 널 수 있는 옷걸이, 사물함, 화장실, 벽걸이형 선풍기 두 대와 싱크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싱크대 위에는 식판 8개를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쇠창살이 설치된 창문에는 '개운죽' 화분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지난 4월부터 수용자들의 정서 안정을 위해 설치한 이른바 '플랜테리어'다. 법무부 교정본부 이성수 사무관은 "실제로 갈등 발생이 절반 아래로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용자들의 생활용품은 낯설지 않았다. 피지오겔 로션과 락토핏, 무표백 생리대가 놓여 있었고 책장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나도 모를 때'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가 꽂혀 있었다. 두루마리 휴지와 베지밀 두유도 한쪽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는 교도소라는 공간의 특성이 드러났다. 수저는 자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짧고 말랑한 초록색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됐다. 화장실 상부는 투명 유리로 처리됐고 천장에는 복도에서도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볼록거울이 설치돼 있었다. 모두 자살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다.

교도관들은 여성 교정시설의 가장 큰 특징으로 '감수성 관리'를 꼽았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서 6년째 근무 중인 교도관 손도은(30)씨는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 수용자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교정시설 내에서는 색조 화장품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한 수용자는 투명 립밤에 볼펜 빨간 잉크를 섞어 입술에 바르다 적발돼 압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청주의 낮 최고기온은 33도였다. 취재진 10여 명이 잠시 방 안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흘렀다. 폭염기에는 2ℓ짜리 얼음 생수가 하루에 두 병 제공되지만, 선풍기 두 대는 과열 방지를 위해 50분 가동 후 10분 동안 멈춘다. 수용자들은 그 10분을 견뎌야 한다.

좁고 열악한 시설은 청주여자교도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는 2021년 5만2368명에서 올해 6만3680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준공 후 25년 이상 된 노후 교정시설 비율은 65%에 달한다. 수용 공간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늘어난 셈이다.

취업 연계·마약 재활까지 지원

17일 청주여자교도소 헤어디자인 교육장을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모습.  /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17일 청주여자교도소 헤어디자인 교육장을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모습. /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청주여자교도소는 법무부가 운영하는 여성 수용자 직업훈련 거점 시설이기도 하다. 수용자들은 화훼 장식과 애견 미용, 헤어디자인, 제과제빵 등 다양한 직업훈련을 받고 있었다. 일부는 출소 후 취업 연계를 위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연계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헤어디자인 교육장에서는 수용자 15명이 머리 모형을 앞에 두고 커트 실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수용자들의 노트에는 '스패니얼', '이사도라', '레이어', '그러데이션' 등 각종 커트 기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강사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수용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위를 움직였다.

조리훈련장에서는 수용자들이 키토김밥과 충무김밥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바로 옆 제빵시설에서는 수용자들이 직접 만든 쿠키와 마들렌 등을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전국 여성 수용자들이 입는 교도소 복장을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32명의 수용자가 재봉틀 앞에 앉아 봉제 작업을 하고, 완성된 옷을 다림질하고 포장하는 등 역할을 나눠 하루 30~40벌의 교도소 복장을 만들고 있었다. 일부 수용자는 인근 업체로 출근하는 외부 통근 작업에도 참여한다.

청주여자교도소는 올해부터 여성 마약사범 전담 교도소 역할도 맡고 있다. 교정당국은 단약 의지가 높은 마약 중독 수용자를 대상으로 출소 전까지 중독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초기 회복 단계인 '회복 이음 과정'과 단약 상태 유지를 위한 '회복유지 과정'으로 나뉜다. 수용자들은 자조 집단 활동과 12단계로 세분된 치료형 개별상담 등을 받는다.

출소를 앞둔 수용자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에 사전 등록해 지역사회 재활시설과 연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회복 이음 과정에는 9명, 회복유지 과정에는 32명의 수용자가 참여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마약사범 수용자는 2016년 3522명에서 지난해 742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전국 전담교도소는 청주여자교도소와 천안개방교도소 두 곳뿐이다.

교정 공무원·수용자 처우 개선해야

17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모습.  /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17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모습. /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현장 간담회에서 교정행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 장관은 "자유가 박탈된 공간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진정한 교정이 이뤄진다"며 "열악한 교정환경은 결국 재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수용자 1인당 연간 교정 비용은 약 2900만원에 달한다. 정 장관은 "재범으로 다시 교도소에 들어오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며 "교정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사회복귀를 돕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청주여자교도소 내에서 수용자가 난동을 부리는 모습./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청주여자교도소 내에서 수용자가 난동을 부리는 모습./사진=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전국 교정공무원 약 1만6500명이 6만5000명 안팎의 수용자를 관리하고 있다. 교정공무원들은 24시간 내내 수용자 폭행과 자해, 난동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지만 경찰·소방공무원과 달리 위험 근무 수당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청주여자교도소 수용자 619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명이 정신질환, 170명이 마약 관련이고 외국인 수용자도 100명에 해당하는 등 고난도 수용자가 다수 포진해 있다.

실제 이날 공개된 수용자 난동 대응 훈련에서는 교도관들이 방패만을 이용해 수용자를 제압했다. 수갑이나 진압봉 없이 방패 하나에 의존해 접근하는 모습이었다. 훈련에 참여한 교도관은 수용자 역할을 맡아 "인권위에 진정을 넣겠다", "조사방으로 보내달라"는 말을 반복하며 실제 상황을 재연했다.

교정공무원들은 처우뿐 아니라 직무에 대한 사회적 인정도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현행 국립묘지법상 교정공무원은 순직한 경우에만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지만, 군인·경찰·소방공무원은 장기 재직 후 정년퇴직한 경우에도 안장 대상이 된다. 교정직 역시 대표적인 제복 공무원인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 장관은 교정청 신설과 전국 교정시설 확충, 가석방 기준 완화 등을 통해 과밀 수용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교정 예산 확보와 수용환경 개선을 통해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키고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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