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스피 향한 선결 과제
반도체 훈풍속 양극화 심화
1300개 기업 PBR 1배 미만
ETF 자금도 대형주에 쏠려
빚투·단타 풍토 억제하려면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필요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 시급
“코스피가 크게 올랐지만 한국 증시의 체질이 바뀐 건 아니다. 과도한 쏠림, 장기 투자 불신 등 건강하지 않은 신호를 경계해야 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 토론 패널들은 코스피 8000 돌파의 외형적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이 상승세를 1만 시대로 잇기 위해 풀어야 할 질적 과제에 주목했다. 반도체 붐과 정책적 기반 마련으로 인한 기대가 시장을 끌어올렸지만 투기성 거래 해소 등 숙제도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패널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한 대목은 과도한 쏠림 현상이었다.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배를 넘어서며 더 이상 전 세계에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끌어올린 착시라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장사 중 1300여 개 기업이 여전히 PBR 1배 미만으로, 장부 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낮다”고 지적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도 “코스피 종목의 68%가 PBR 1배 미만인데, 1년 전 69%와 큰 차이가 없어 저평가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53%를 차지하고 연초 대비 상승 종목이 327개에 그치는데 이마저도 6월 들어 140개로 줄었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게 아니라 기존 종목을 팔아 상승주로 갈아타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이런 쏠림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됐다. 자금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몰리면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지수 내 비중이 큰 종목으로 매수세가 쏠려 잘 오르는 종목이 더 오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최 대표는 “ETF는 분산 투자를 쉽게 해주는 게 목적인데 지금은 가격 발견 기능이 축소돼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발견 기능이란 매수·매도가 맞부딪치며 개별 종목의 적정 가치를 찾아가는 작용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달 말 처음 국내에서 출시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우려를 키웠다. 이 상품은 한 종목의 일일 등락률만을 두 배로 추종한다. 문제는 ETF 본연의 취지와 반대로 특정 종목에 자금을 집중시킨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구조도 장기 투자와 거리가 멀다. 최 대표는 “레버리지는 중간중간 생기는 변동성을 견딜 수 없다”며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이미 7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는데 이런 게 기형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성 짙은 거래도 도마에 올랐다. 신용융자 잔액은 37조원, 주식담보대출은 26조원에 달하는 등 과도한 레버리지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최 대표는 “LG전자 주가가 6월 들어 열흘 사이 20만원대에서 43만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22만원으로 내렸다”며 “중소형주도 아닌 대형주가 테마주처럼 움직이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높은 기대수익률에 매몰되다 보니 배당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줄어든 점도 문제로 꼽혔다. 기업들이 분기 배당을 도입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투자자의 관심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김 센터장은 “1960년대 이후 고속 성장을 거쳐 성숙기에 접어든 사업이 많은데, 이들 기업이 쌓아둔 부를 자본으로 틀어쥐고만 있을 게 아니라 배당으로 나눠줘야 한다”며 “PBR이 낮은 기업일수록 자본 활용 방안을 두고 주주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레버리지 ETF 쏠림과 신용거래, 1금융권 빚투(빚 내서 투자)를 억제하고 장기 보유 세제 혜택과 배당 확대, 퇴직연금·공모펀드 등 기관투자자 육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저PBR’의 주된 원인인 중복 상장 해소와 주가 누르기 근절,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를 통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유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스닥에 대해서는 3000 시대 진입을 위한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성장 유망 기업을 초기에 상장시키고, 부실 기업은 상장폐지를 촉진해 믿을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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