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소녀 초상화에 담긴 빈의 취향[김민의 영감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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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프리마베시 초상 구스타프 클림트의 ‘메다 프리마베시 초상’, 1912∼1913년. 클림트의 후원자였던 프리마베시 부부의 딸 메다를 그린 초상화.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제공 김민 문화부 기자 지난번 칼럼에서 본 고흐의 정물화에 이어 오늘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고흐의 꽃 정물화에서 테이블의 독특한 색감에서 단서를 잡아 그림을 감상해 보았는데요. 이번에도 그림의 독특한 부분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바로 그림 속 소녀의 다리입니다.존재감 없는 다리 다리를 소녀의 팔, 얼굴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소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하얗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흰 스타킹을 신고 있어서 그런 걸까? 그러기엔 구두도 거의 비슷한 색과 질감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는 푸른색의 지그재그 선을 그어서 무게감을 주고 있습니다. 마치 이 다리와 카펫이 그림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죠. 화가는 왜 소녀의 다리를 이렇게 창백하고 존재감 없게 그렸던 걸까? 그 답은 나머지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림 전체를 보면 알록달록한 배경, 드레스의 가슴 부분을 장식한 색색의 꽃, 그리고 얼굴 옆에 달린 커다란 장식까지.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예쁜 것들이 오밀조밀 모인, 백화점 같은 그림입니다. 여기서 아랫부분마저 자기주장을 하며 색을 요란하게 펼친다? 그럼 정신없는 그림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꽃 더미와 물결무늬 카펫 사이에 선 두 다리는 눈치 빠르게, ‘난 이번엔 조용히 있을게’ 하며 그림 전체를 받치고 있습니다.화려한 질감과 색감 그럼 이제 다리가 받치고 있는 ‘색감과 무늬들’의 힘 자랑을 음미해 보겠습니다. 그림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인물의 얼굴입니다. 완전히 정면을 보고 있는 소녀의 눈길이 강렬합니다. 앞에 있는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죠. 이 강렬함을 붉게 물든 뺨, 커다란 꽃 장식이 누그러뜨리고 있습니다. 소녀의 양옆으로는 파스텔 톤의 간지러운 색들이 새콤달콤한 딸기 샐러드처럼 예쁘게 펼쳐져 있습니다. 흰 바탕에는 강아지와 물고기 같은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데, 서양의 화가들은 동물을 이렇게 귀엽게 그리지 않았습니다. 해부학과 양감을 표현해야 하니까요. 이런 아기자기한 패턴은 작가가 수집했던 동양 미술품에서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그림이 그려진 게 1912년인데요. 이때부터 동양의 기물을 수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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