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부장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은 대회 전 두 개의 변기가 칸막이 없이 나란히 붙어 있는 ‘쌍둥이 변기’ 사진으로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직접 찾은 소치는 더 심각했다. 미디어 숙소는 침대부터 출입문까지 완성된 게 없었다. 이곳저곳 배관이 튀어나와 있었고, 문에는 A4 용지에 손 글씨로 쓴 동호수가 붙어 있었다. 이튿날 샤워를 하는데 뜨거운 물만 쏟아졌다. 수리를 요청했더니 이번엔 찬물만 나왔다. 새벽에 화재 경보가 울려 모든 투숙색들이 자다가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오는 일도 있었다. 살아서 돌아가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대회가 개막했다. 하지만 개막을 기점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운영 실수나 행정적인 미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소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대회 운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 올림픽은 이후 17일간의 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문제의 숙소도 집에 갈 때쯤 되어서는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매뉴얼의 나라’ 일본에서 열린 대회 맞나 종반을 향해 가고 있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그래서 더 어색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종합대회가 시작부터 완벽하게 출발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면 정상에 다다른 공이 내리막을 타고 시원하게 내려오듯 순항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은 지난달 19일 개막 후 지금까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온 ‘매뉴얼의 나라’ 일본이기에 더욱 의아하다. 한국 대표팀도 여러 피해를 봤다. 축구장을 가야 할 버스가 야구장으로 향하는가 하면, 결승전을 앞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버스가 오지 않아 훈련을 취소해야 했다. 하키 경기에선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흘러나왔다. 선수촌을 짓는 대신 설치한 컨테이너박스 숙소에선 물이 새고, 크루즈선에선 부실 식사 논란이 빚어졌다. 수영 계영 예선 출전 선수들에게는 실물 메달도 지급하지 않아 대한체육회가 대신 메달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F학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번 사태는 대회 유치 때부터 잠재돼 있었다. 이 대회는 아이치현과 나고야시가 공동 개최하고 있지만 애초 나고야시는 비용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며 유치를 철회하려 했다. 어렵게 공동 개최에 합의한 두 지방자치단체는 2016년 단독 출...
[오늘과 내일/이헌재]‘F학점’ 日 아시안게임과 2036 전주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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