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에 사활 건 철강업계…“숙련인력 감소 대응할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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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2025.06.04 평택=뉴시스

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2025.06.04 평택=뉴시스
철강업계가 생존을 위한 디지털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재 철강업계가 직면한 인력 고령화와 숙련자 감소, 탈탄소 흐름 등 ‘삼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현장에 속속 도입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디지털 전환(DT) 전담 DX연구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국내 철강업계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중국을 추격하기 위해 AI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 극한 환경에서 초정밀 AI 기술 구현

철에 아연을 입히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냉연 연속아연도금라인(1CGL)에선 AI가 인간의 눈을 대신해 초정밀 작업을 수행한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된 AI 기반 불순물 제거 시스템은 아연이 담긴 통인 460℃ 고온 도금 욕조에서 인간의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0.1mm 이하의 철강 불순물(드로스)을 포착한다.

AI는 3단계로 작동한다. 먼저 용융 욕조를 픽셀 단위로 분석하고, 드로스 비중을 3차원(3D)으로 정밀 계산한 뒤 제거 로봇에 실시간 명령을 전달한다. 강판 표면을 살펴보는 최종 검수 공정에서도 AI는 ‘매의 눈’처럼 움직인다. 초고해상도 카메라와 열화상 센서가 강판을 360도 스캔하며 ㎡당 수천만 개의 데이터를 생성해 0.005mm 단위 결함까지 잡아낸다.

효과가 탁월한 상황이다. 기존 폐쇄회로(CC)TV 육안 방식과 비교해 아연 폐기량을 10% 이상 절감했고, 검사 시간을 90% 넘게 단축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팀 단위로 분산돼 있던 AI 기술 조직을 DT 전담 DX연구개발실로 통합 확대했다. 올해는 DX실 주도로 2냉연 공장에 보다 많은 AI 기술을 적용해 차세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박재우 DX연구개발실장은 “올해부터 생산 현장에서 DT로 생산 효율성 증대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철강 AI 패권 경쟁현대제철의 이 같은 행보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AI 패권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기술조사업체 ABI리서치는 철강업계의 디지털 전환 투자가 2022~2031년 연평균 10.9% 성장해 2031년 59억 달러(8조293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최대 철강사 바오우철강은 2020년부터 본격적인 AI 기반 디지털 전환에 나서 중국 제조업 최초의 산업 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했다. 2026년까지 1만 대 이상의 스마트 로봇 ‘바오뤄’를 도입하고,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제조 공정 최적화를 추진 중이다. 중국 철강사들은 전 세계 조강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생산량과 데이터 확보 능력으로 DT 전환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제철은 2021년 5년간 DX 전략에 1000억 엔(약 9446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용 강판 개발을 위해 가상 충돌 실험으로 승용차 한 대당 1000만 개 데이터 지점을 생성하고, 수백개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로 AI가 설비 이상을 사전 예측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파편적으로 운영되는 철강 공정이 DT를 통해 통합되면 품질은 물론 원가 관리, 미래 공급량에 대한 빠른 대응이 가능해진다”며 “한국은 인력 부족과 경험 전수 단절로 인해 중국보다 더 절실하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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