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이클 탄 반도체부품-전력기기… 영업익 줄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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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 속… 高스펙 생산 기업은 한정된 영향
삼성전기, 1.5조 공급계약 체결
전력사용 급증에 전력기기도 수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도 맞물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의 훈풍이 반도체 업계를 넘어 커패시터와 반도체 기판 등을 생산하는 반도체 부품 업계, 변압기와 전선을 생산하는 전력기기 업체에도 불고 있다. 증권가는 이들 기업의 올 2분기(4∼6월) 실적을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넘쳐 제품을 달라고 조르는 빅테크들이 많은 반면, 빅테크 기대에 맞출 ‘고스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적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실적 전망 높아진 반도체 부품 업계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기준 삼성전기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814억 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전망치가 3147억 원이었는데, 2분기 실적 공개를 앞두고 700억 원 가까이 상향됐다. 이러한 전망은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 ‘커패시터’ 판매 호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커패시터는 전기를 일시적으로 머금었다 적시에 반도체에 전력을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최신 AI 서버 한 개에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가 약 2만8000개 탑재되는데,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과 함께 MLCC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더해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1조500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MLCC에 비해 두께가 얇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에 더욱 적합하지만, 기술 장벽이 높고 고객사 인증이 까다로워 일본 무라타 등 소수 기업이 시장을 과점했다. 이 역시 빅테크들이 자체 AI 칩 개발 경쟁에 나서는 이른바 ‘칩 워(Chip War)’를 벌이는 상황에서 공급사가 제한적이라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LG이노텍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또한 1476억 원으로, 3개월 전 전망치(980억 원) 대비 50% 넘게 늘었다. LG이노텍은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로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기판’으로 불리는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와 연결해 주는 기판으로, 기존 기판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신호 손실이 적으며 발열 제어가 효율적이다. FC-BGA는 기존에는 주로 PC에 탑재됐지만 엔비디아 등 AI 칩을 만드는 빅테크들이 기판 확보에 나서며 최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FC-BGA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시장 내에서 LG이노텍의 존재감도 커진 상태다.

● AI 시대, 전력기기 수요도 계속

변압기와 전선 등을 생산하는 전력기기 업체들의 실적 기대감도 계속되고 있다. 이 역시 AI 슈퍼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500억∼29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00억∼1000억 원 이상 늘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1년 만에 영업이익이 최대 75%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따라 초고압 변압기, 배전반 등 전력 인프라의 수요가 함께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I 인프라 최대 시장인 미국은 신규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송배전망의 70%가량이 노후화된 상태라 전력 병목 현상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망 증설 및 교체 수요가 맞물려 한국 전력기기 3사가 수주 잔액을 쌓으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는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호황이 최소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현재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4∼5% 수준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 9∼1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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