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등 동남아에서 기승을 부리는 사기 작업장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범행에 적극 활용, 큰 도움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를 써서 기존보다 월등히 설득력 있는 사기 메시지를 작성, 피해자들을 속이기가 훨씬 쉬워졌다는 설명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케냐 남성 던컨 오킨도(26)는 지난해 12월 일자리 제안을 받고 태국에 왔다.
하지만 방콕 공항에 내리자마자 차량에 실려 태국과 국경을 접한 미얀마 동남부 카인주의 악명 높은 ‘범죄단지’ KK파크로 납치됐다. 그는 비슷하게 끌려온 동료 수백 명과 함께 넓은 방에서 PC 앞에 앉아서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가짜 가상화폐 투자를 유도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오킨도는 피해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텍사스주 출신 목장주나 앨라배마주 소재 콩 생산업자 등으로 사칭하면서 챗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챗GPT를 통해 미국인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고 현지 표현을 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킨도는 또 사기 표적이 가상화폐 등에 대해 질문하면 곧바로 챗GPT로 그럴듯한 답변을 만들어 보냈으며, 챗GPT를 활용해 새로운 사기 방식을 즉석에서 만들어 써먹기도 했다.
그는 중무장한 경비원들이 지키는 요새화된 이 단지 안에서 할당된 사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동료들이 폭행을 당하고 전기충격을 당하는 가운데 일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태국 정부가 KK파크 등지의 전력 공급을 끊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끝에 풀려나 케냐로 귀국했다.
오킨도는 챗GPT가 “사기꾼들이 사기를 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AI 도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미얀마인 남성 2명도 작업장에서 사기 범행을 하는 데 챗GPT를 활용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 중 1명은 2022년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을 하면서 챗GPT가 만들어낸 시와 유혹적인 메시지를 통해 수십 명의 피해자를 동시에 유혹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챗GPT의 설득력 있는 말투로 인해 피해자들이 자신을 더 신뢰하게 됐다면서 “AI와 함께 일하는 것은 정말 효율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챗GPT 운영사인 오픈AI는 “챗GPT가 사기와 관련돼 오용되는 것을 적발하고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또 챗GPT의 기반인 AI 모델은 자사의 사기 방지 규정에 어긋나는 요청을 거부하며, 회사가 관련 오용 행위를 감시하고 위반자의 이용을 차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