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제도의 약속: "황금 수갑의 진실"[김병철의 퇴직연금 개혁 시나리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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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DC형(확정기여형)으로 바꾸라고요? 싫습니다. 그냥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DB형(확정급여형)에 있을래요.” 퇴직연금 컨설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한국 직장인들은 본능적으로 DB형을 선호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가 굴리면 손해 볼 것 같고, DB형은 최소한 회사가 내 월급 오르는 만큼은 챙겨주니까”입니다. 이 판단에는 분명 현실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서글픈 아이러니도 함께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DB형을 선호하는 이유는 DB형 자체의 장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DC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 같은 다른 대안에 대한 확신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한국형 DB 제도는 선진국이 말하는 그 ‘DB’가 맞을까요? 1950년대 미국, 인재를 묶어두는 ‘황금 수갑’ 시계를 1950년대 미국 제조업의 황금기로 돌려봅시다. 거대 자동차 기업들은 쏟아지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숙련된 기술자가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자들은 임금을 조금만 더 줘도 경쟁사로 이직해 버렸습니다. 기업주들은 이들을 붙잡기 위해 ‘황금 수갑(Golden Handcuffs)’이라는 장치를 강력하게 활용합니다. 바로 현대적인 DB(확정급여형) 연금입니다. “지금 당장의 월급은 조금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30년을 일하고 은퇴하면, 죽을 때까지 현역 시절 월급의 60~70%를 매달 주겠다.” 이것은 노동자에게는 축복이었지만, 기업에게는 막대한 재무적 위험을 떠안는 도전이었습니다. 직원이 얼마나 오래 살지,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평생 소득’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약속을 지키려면 ‘치열하게’ 굴려야 한다 여기서 서구형 DB의 핵심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기업이 근로자의 ‘평생’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면, 그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산을 불려야 합니다. 서구 기업들이 DB 적립금을 주식·채권·대체투자에 넣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져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불리지 않으면 미래의 연금 지급 약속을 지킬 수 없어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구형 DB는 처음부터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입니다. 한국의 현실 — ‘연금’이 아닌 ‘퇴직금 지급 보증’ 반면 한국의 DB는 태생부터 다릅니다. 우리 법에서 정한 DB형의 지급 의무는 평생 급여가 아닌 “퇴직 직전 3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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