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많이 줘도 욕먹는 이유?
보상 기준에 대한 신뢰가 핵심
성과급 체계 전반 재설계 필요
● SK와 삼성, 엇갈린 성과급 해법
2021년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은 지급 규모보다 산정 기준의 투명성을 둘러싼 문제였다. 당시 직원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인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의 계산 방식과 공개 여부를 문제 삼았다. 이후 회사는 이해와 검증이 어려운 EVA 대신 영업이익 기반으로 성과급 산식을 바꾸며, 정교함보다 설명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한편 삼성전자 사례는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구성원의 기대와 제도 운영 방식 사이에 간극이 생길 경우 어떤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2024년 반도체 부문의 실적 악화로 초과이익성과급(OPI)이 0%로 결정된 이후 일부 구성원들은 성과급 산식과 보상 기준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후 메모리 업황이 회복됐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체계를 강화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서 두 회사의 보상 방식이 더욱 비교되기 시작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논의한 핵심 쟁점 역시 지급 규모 자체보다 OPI 산식 공개,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 문서화 등 보상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설명 가능성을 높이는 데 맞춰졌다.두 사례는 성과급 제도에서 지급 규모만큼이나 보상 기준의 명확성과 투명성, 그리고 구성원이 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신뢰하는지가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 준다.
● 성과급은 ‘선물’ 아닌 ‘교환’
보상을 바라보는 구성원의 관점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성과급을 회사가 재량으로 베푸는 ‘보너스’나 ‘선물’로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투입한 노력과 창출한 성과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자 계약적 보상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단순히 “올해는 많이 지급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고, 그 결과가 어떤 산식에 따라 보상으로 이어졌는지 미리 정해진 원칙을 공개하고 일관되게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조직공정성(Organizational Justice) 연구 역시 같은 결론을 제시한다. 공정성은 보상 결과 자체가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분배적 공정성, 보상이 결정되는 과정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지를 살피는 절차적 공정성,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회사가 충분히 설명하고 구성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전달했는지를 의미하는 상호작용적 공정성으로 구분된다.이 때문에 성과급 갈등을 단순히 ‘얼마를 받았는가’의 문제로만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직원들은 보상 격차 자체보다 그 격차가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 더 큰 불공정을 느낀다. 절차와 기준이 불투명하면 지급액이 기대보다 적을 때는 물론이고 기대 이상의 보상을 받더라도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미국 일부 주와 호주 등에서는 급여 범위와 임금 격차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보상의 핵심도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에서 ‘왜 이 금액이 지급됐는지를 얼마나 투명하고 납득 가능하게 설명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보상의 블랙박스’를 닫아 둔 채로는 구성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 투명성이 보상 경쟁력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보상의 투명성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셜미디어 관리 플랫폼 기업 버퍼(Buffer)는 직원의 급여를 산정할 때 직무, 경력, 거주 지역 등을 반영한 산식을 공개해 직원들이 자신의 연봉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됐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세일즈포스는 매년 전사 임금 형평성을 점검해 성별이나 인종 등에 따른 보상 격차가 있는지를 살피고, 필요한 경우 이를 조정한다. 공정성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프로세스로 운영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보상 제도를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왜 그렇게 지급했는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성과급 재원이 어떤 지표를 바탕으로 마련되고, 사업부와 개인에게 어떤 원칙으로 배분되는지를 구성원이 미리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또한 개인의 기여가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차등 보상 체계를 마련하되, 그 기준 역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영 성과와 보상 관련 정보를 적시에 공유해 구성원이 자신의 성과급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관리자는 평가와 보상 결정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이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jshin@snu.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5 hours ago
4
![미래 위한 투자, '빚 갚는' 선택지도 고려해야[생생확대경]](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1300025.jpg)


![12명 중 11명 "이달 금리 인상"[금통위폴]](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1300018.jpg)
![[사설]中 전기차에 밀린 폭스바겐 감원 태풍, 남의 일만인가](https://image.edaily.co.kr/images/content/defaultimg.jpg)



![[속보] 北, 韓·EU성명에 “체제존중 위장 내던져…韓 적대 원칙 불변”](https://pimg.mk.co.kr/news/cms/202606/13/news-p.v1.20260613.89255ddca2b0487c98e7f979e85a8a39_R.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