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유능한 직원이 일부러 일을 망치는 이유

5 hours ago 3

역량 숨기고 자원 아끼려
‘의도적 성과 저하’ 발생
동기 파악해 사전 예방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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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터에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등의 신조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 직장인의 특성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지난 수십 년간 경영학, 경제학, 사회 및 교육 심리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다뤄진 연구 주제다. 시대와 세대 상관없이 조직 내 구성원들이 자신의 노력을 고의로 줄이는 현상은 개인과 집단, 나아가 조직의 성과와 사기를 갉아 먹는 주범으로 지목받아 왔으며 그 기제를 밝혀내고자 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최근 텍사스공대, 워싱턴대, 미네소타대, 텍사스A&M대 공동 연구진은 다양한 학문에 걸쳐 소개된 99편의 논문에 소개된 36개 관련 개념을 분석하고 정리해 ‘의도적 성과 저하(Intentional Underperformance)’라는 개념으로 통합했고 그 유형과 동기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의도적 성과 저하를 ‘충분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노력을 억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그 동기를 밝혔다. 첫째는 의도적으로 역량을 숨기기 위함이다. 진짜 능력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축소해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로써 조직이 요구할 수 있는 기대치를 줄이고 책임을 회피한다. 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쉽게 느끼는 성향,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유발되기 쉽다. 또한 업무가 지나치게 지루하거나 보상이 적다고 느낄 때도 이런 동기가 강해질 수 있다.

한편 타인이나 조직에 해를 끼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과를 줄이는 이들도 있다. 동료의 성공과 조직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악의적인 목적의 동기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와 같은 성격 특성을 가진 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경쟁이나 성과에 대한 부담이 크거나 불공정한 조직문화를 체감하는 경우에도 보복 차원에서 이런 동기가 촉발될 수 있다.

본인의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동기도 있다. 에너지, 시간, 인지적 노력 등 제한된 개인의 자원을 보존하고 전략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보호적인 목적이다. 특정 업무에서 자원을 아껴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거나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무량을 조절한다. 인지적 탈진이나 극심한 피로를 겪어 실제 자원이 고갈된 이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성과를 낮추는 것은 직장 내 자원 부족이나 불공정성에 대처하는 합리적이고 생존적인 행동일 수 있다. 관리자는 직원들의 이런 행동을 사후에 통제하고 처벌하기 이전에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근무 환경과 제도를 재설계하는 사전 예방적 개입에 신경 써야 한다. 개입 방식은 직원이 왜, 어떻게 성과를 낮추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직원이 자원 관리 목적으로 성과를 낮추고 있다면 업무량 재분배, 동료를 방해하기 위해 업무를 망친다면 다면 평가(동료 평가) 도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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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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