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 채리티 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수확한 뒤 챔피언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박현경. 사진제공 | KLPGA
선두 이채은2(26)에 1타 뒤진 합계 10언더파 2위로 3라운드를 맞은 박현경(25)은 5번(파5) 홀에서 첫 버디를 잡아 1번 홀 보기와 2번(이상 파4) 홀 버디를 맞바꾼 이채은과 공동 선두가 됐다. 8번(파3)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올라선 뒤 9번(파5) 홀 러프에서 친 28m 세 번째 샷을 칩인 이글로 연결하며 단숨에 3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채은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30m로 짧게 세팅된 11번(파4) 홀에서 원온에 성공한 뒤 이글을 낚아 같은 홀에서 버디를 잡은 박현경에 2타 차로 다가선 뒤 13번(파4), 14번(파3) 홀 연속 버디로 다시 박현경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17번(파4) 홀에선 박현경이 두 번째 샷을 1.2m 옆에 붙여 버디를 예약하자, 이채은은 9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먼저 홀컵에 떨구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팽팽한 승부는 18번(파5) 홀에서 이채은의 두 번째 샷이 페널티 지역으로 향하면서 마지막 순간, 의외로 싱겁게 끝이 났다. 결국 이채은은 보기를 적어냈고, 파를 지킨 박현경에게 우승 영광이 돌아갔다.
지난해 3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던 박현경이 올 시즌 마수걸이 승수를 챙기며 통산 8승에 입맞춤했다. 채리티 성격의 대회 취지에 맞춰 우승상금 100%를 기부하겠다는 ‘통 큰’ 마음씀씀이로 또다른 감동도 안겼다.
박현경은 25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3회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10억 원)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6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를 기록해 이채은(15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상금 1억8000만 원은 전액 기부키로 했다.
E1 채리티 오픈 최종 라운드 4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는 박현경. 사진제공 | KLPGA
사흘 내내 단 하나의 보기도 없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공동 9위를 시작으로 지난 주 두산 매치 플레이 공동 9위까지 최근 4개 대회에서 연속 톱10에 진입하며 샷 감을 끌어올린 박현경은 “초반 3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하며 어렵게 시즌을 시작했다”며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내비친 뒤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직전부터 자기 전에 퍼팅 스트로크를 500개씩 하고 잘 정도로 열심히 했고, 그 결과가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첫 노보기 플레이 우승이라 더 기쁘다”고 말한 그는 “상반기를 마치기 전에 우승을 했으니, 올해도 지난해처럼 시즌 3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채리티 대회 성격에 맞춰 당초 자신이 받는 상금의 13%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던 박현경은 “사실 통산 10승을 하면 상금을 전액 기부하려고 했는데,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E1 채리티 대회에서 기부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1억8000만 원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2019년 투어에 입문한 뒤 147경기 만에 데뷔 첫 승에 도전했던 이채은은 18번 홀 통한의 세컨드 샷 실수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김민선7이 합계 11언더파로 3위를 차지했다.
임희정과 박주영, 이동은, 박결, 최예림은 나란히 10언더파 공동 4위 그룹을 형성했다.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이예원은 예선 탈락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