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트립닷컴·클룩, K-팝 체험 상품 전면에
세븐틴·BTS·지드래곤 내세운 숙박·공연 연계 상품 ‘완판’
케이팝(K-POP) 스타가 숙소 주인이 되고 콘서트 티켓이 여행을 완성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수익은 ‘해외 플랫폼’들이 발빠르게 챙기고, 국내 여행업계는 ‘그림의 떡’처럼 바라만 보고 있다. 국내 관광업계에선 “선점할 수 있는 자산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트립닷컴, 클룩 등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는 K-팝과 한류를 앞세운 숙소·체험 상품으로 전 세계 팬들을 끌어들이며 ‘K-콘텐츠 여행’을 장악 중이다.
에어비앤비는 한국을 그저 ‘숙박지’가 아닌, 한류 팬덤을 겨냥한 실험 무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이 K-팝 스타를 내세워 전 세계 팬들을 끌어모으며 ‘한국’을 팔고 수익은 자사가 가져가는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세븐틴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진행한 ‘세븐틴 에어비앤비 익스피어리언스’가 대표 사례다. 이른바 ‘에어비앤비 오리지널’ 시리즈 일환으로, K-팝 팬들에게만 가능한 숙박과 체험을 패키지로 엮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지, 팬미팅 부스, 녹음 체험까지 더한 복합 콘텐츠지만, 이 모든 구성을 기획하고 실행한 건 외국계 플랫폼이다. 서울에 방문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라며 전략적 요충지라고 강조했지만, 그 ‘성장’을 설계하는 주체는 결국 한국이 아니다.
에어비앤비가 한국을 글로벌 팬덤 여행의 중심지로 부각하는 전략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했다.
2019년부터 ‘K-웨이브 트립’을 통해 K-팝 댄스, K-뷰티 클래스 등 한류 체험 상품을 지속 운영해 왔다. BTS·엔하이픈·제주 녹차밭 숙소 등과 연계한 상품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글로벌 팬덤 수요를 입증했다.
최근엔 ‘K-공간’을 활용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리산 오두막, 제주 돌집, 한옥 등 지역 전통과 자연을 품은 ‘히든 잼’ 숙소가 외국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옥’ 특화 카테고리는 전 세계 에어비앤비 숙소 중 이용량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트립닷컴, K-콘텐츠가 목적지
트립닷컴은 K-콘텐츠를 더 이상 단순한 한류 ‘소재’가 아닌, 상품으로 정교하게 가공해 파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엔 지드래곤의 고양 콘서트, 아이유의 홍콩 공연, 세븐틴의 일본 투어에 맞춰 호텔·티켓·교통을 통합한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른바 ‘공연 목적지 여행’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공연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현지 체류 기간을 늘리는 체험형 여행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트립닷컴은 국내 OTA보다 빠르게 이 수요를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홍종민 트립닷컴 한국지사장은 “콘서트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체류형 관광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호텔, 교통, 티켓까지 포함된 패키지는 해외 이용객들에게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트립닷컴은 한국관광공사, 지자체와 협력해 K-팝 기반 관광 마케팅도 펼칠 계획이다.
클룩도 움직였다, K-팝 체험 상품 전면에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둔 클룩은 K-팝을 활용한 체험 상품 기획에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전략을 보이고 있다. 아이돌 스타일링 클래스, SBS 음악방송 관람, K-팝 댄스, BTS MV 촬영지 투어 등 한국 현지에서도 희소한 상품을 직접 설계해 판매한다.
특히 ‘K-팝 녹음 체험’은 실제 스튜디오에서 녹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출시 직후 500건 이상 예약되며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반면, 국내 OTA나 여행업계는 이 흐름을 빠르게 좇지 못하고 있다. 팬투어, 체험형 관광상품 같은 고부가 콘텐츠는 대부분 외국계 플랫폼이 먼저 기획해 독점 운영한다. 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실속은 외국에 내주는 격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정작 한국에서 충분히 선점할 수 있는 K-팝 기반 콘텐츠를 해외 글로벌 플랫폼들이 기획하고 수익 구조까지 선점해 나아가는 모습은 업계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라며 “이제는 국내 여행업계도 K-콘텐츠를 활용한 체험형 관광 상품 기획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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