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최고의 수비수 정성우, 그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수비수가 되고 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3일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대비 2차 평가전에서 84-69로 승리했다.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2연전을 모두 승리,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현중과 여준석, 그리고 이정현과 유기상, 김종규, 이승현 등 모든 선수가 활약하며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그중 정성우는 수비 하나로 일본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타이트한 수비는 일본 앞선을 답답하게 했고 이를 통한 분위기 전환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정성우는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KBL과는 느낌이 달랐다. 팬들의 응원, 그리고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 등 여러 부분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부담감을 더 가졌고 또 긴장도 많이 됐다. 경기를 즐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열심히 했다”고 이야기했다.
5202명의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는 정성우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는 “느낌이 달랐다는 표현의 의미 같다. 모든 분이 응원해주고 박수를 보내주고 격려해준다. 수비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분위기를 잘 즐기지는 못했다(웃음). 사실 진짜 힘들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컨디션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수비는 내가 할 테니 공격은 너희에게 맡길게’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팬들이 전해준 응원 분위기를 100% 즐기지 못했고 그래서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 정성우는 이번 한일전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품고 뛴 경기였다. 그동안 대학 선발팀에 선발된 적은 있으나 성인 대표팀은 처음이다. 1993년생, 32세에 얻은 첫 태극마크. 그리고 그는 코트 위에서 그동안의 설움을 잊듯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였다.
정성우는 “대학 선발 외 국가대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의 역할은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열심히 수비하는 것이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수비에만 집중했다. 공격은 다른 선수들이 잘 풀어줬다”고 전했다.
안준호 감독과 서동철 코치에게 있어 수비 전환을 위한 첫 번째 카드는 정성우다. 지난 유니버시아드 대표팀과의 평가전은 물론 일본과의 2연전 모두 확실한 수비가 필요할 때는 항상 정성우가 코트 위에 있었다. 이날 역시 하퍼 존 로렌스 주니어가 연달아 3점슛을 성공시키자 곧바로 정성우를 투입, 봉쇄했다.
정성우는 “수비 전술을 바꾸는 과정에서 하퍼를 제어하는 역할이 필요했고 그래서 더 강하게 부딪치려고 했다. 그 선수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컵과 같은 대회에서 정성우와 같은 전문 디펜더는 분명 필요하다. 결국 아시아 강호들은 강력한 앞선을 갖추고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이때 그들을 막고 흐름을 바꿀 선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는 KBL 최우수수비수 정성우가 있다. 최종 12인 엔트리 합류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정성우는 겸손했다. 그는 “사실 지금까지 경험한 것만으로도 대단히 좋았다. 또 지금껏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내가 아시아컵에 갈지, 안 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필요한 선수라는 걸 어필하고 있다. 사실 수비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감독님이 강조하는 ‘원 팀 코리아’처럼 모든 선수가 잘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까지 온 만큼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대한민국은 13일 저녁부터 15일 점심까지 잠깐의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정성우는 곧바로 대구로 내려가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 그리고 최근 태어난 아들을 볼 예정이다.
[안양=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