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의 기적?…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K프리미엄' 조건 [연계소문]

2 days ago 4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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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석권은 한국 공연계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한국인 창작자가 만든 대한민국 배경의 작품이 '세계 뮤지컬의 심장'인 뉴욕 브로드웨이를 뚫었고 열띤 환호 속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공연계 최초의 장면이었다.

K뮤지컬. 한국산 작품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어쩌면 해피엔딩' 앞에는 'K' 딱지가 붙었다. 아주 낯선 단어는 아니다. 앞서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며 K팝, K콘텐츠 등의 단어가 줄곧 사용돼 왔다. 이 'K' 라벨은 기적이라는 단어와 치환되는 성격을 지녔다.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과 함께 예상치 못한 의외성, 특수하게 뛰어난 사례라는 뜻을 스리슬쩍 품고 있다.

이에 방탄소년단 RM은 한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 수식어가 붙는 게 지겹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스포티파이(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리 모두를 싸잡아 K팝이라 부르는 것에 넌더리가 날 수 있지만, 우리의 선구자들이 싸워 얻은 품질 보장 라벨. 프리미엄 라벨 같은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사진=AP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사진=AP

음악·영화에 이어 뮤지컬까지 주목받은 현재. 한국에서 개발되고 숙성해 세계로 나간 콘텐츠들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닌, 'K 프리미엄'으로 향하기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이달 취임한 이재명 정부는 '세계 5대 문화 강국 실현'과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내걸었다. 현재 K컬처 시장 규모는 150조원 수준으로, 300조원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2배가량 성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문화예술계가 최대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문화예술 인재 양성, 창작공간과 비용 지원 강화, 인문학 지원 확대 등이 제시됐다.

공연계 화두는 지원 강화다. 제2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획·개발부터 제작까지의 과정이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업계 환경을 적확하게 이해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민간 비영리 문화예술 단체인 우란문화재단의 지원 아래 작품 개발을 시작해 2015년 시범 공연을 거쳤고, 2016년 초연했다. 2020년 미국 첫 트라이아웃(시범 공연)까지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이 있었다.

CJ문화재단, 두산아트센터 등 민간 차원에서 창작 작품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오랜 기간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특성상 민간 지원은 수익성 악화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따라 민간 못지않게 공공 지원 역시 뒷받침되어야 안정적인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원하겠다면서 '단회성 공모사업을 지양하고 콘텐츠 직접 출자·투자, 펀드를 전담하는 공공 기반 투자회사 설립 추진'을 약속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각본·음악(작사)를 책임진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 수상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연을 만드는 일은 평균적으로 5년 이상은 걸리는,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긴 시간 매달려야 하는 일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대우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훨씬 더 보잘것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빠른 성공을 위해 뛰어들기에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다"면서 "창작진들이 쉽게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진심으로 이야기와 음악을 써서 진정성 있는 제작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제작해야 버틸 수 있는 과정"이라며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하이브 아티스트 BTS./사진=하이브

하이브 아티스트 BTS./사진=하이브

K팝 업계에서는 규제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거침없이 진출하며 몸집을 불려 온 엔터 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각종 규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른 문화예술 영역과 비교해 더 엄격한 규제가 적용돼 왔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공연 관람에 제한이 생겼을 때도 유독 엄격한 규제를 당했었고, 현재도 미성년자 아이돌 활동 시간 제한 등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매번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데, K팝 그룹들이 국위선양을 하고 있고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열악한 국내 인프라도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대형 공연장 등 인프라를 보강해 더 많은 해외 팬들을 국내로 유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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